|
이게 무슨 뜬금없는 얘기일까. 일선 고교 체육교사의 말이다. 30대만 해도 ‘체력장’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과거 고교 또는 대학 입시에서 일정한 체력기준을 점수로 평가해 반영한 적이 있었다. 달리기, 던지기, 멀리뛰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등으로 학생의 기본체력을 측정한 뒤 이를 입시점수에 포함했다.
체력장 점수가 전체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쨌든 상급학교 진학에 반영되다 보니 1점이 아쉬운 학생들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운동해야만 했다. 일부 학교는 등교할 때 턱걸이나 팔굽혀펴기를 의무적으로 실시했다. 어떤 학교는 수업이 끝난 뒤 반 학생들 전체가 운동장을 뛰기도 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체벌이 당연시됐던 시절에는 운동이 체벌 수단으로 악용됐다. 운동과 체벌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았다. 진학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학생에게 육체적 활동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지나친 경쟁심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체력장은 일부 종목이 조정되고 점수기준이 완화되는 과정을 거쳐 대입에서는 1994년, 고입에서는 1995년 각각 폐지됐다.
누구는 체력장이 권위주의 시대 교육의 상징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탈권위주의가 자리 잡은 오늘날 체력장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에서 체육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제도에서 체육은 진학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입시와 무관하니 체육은 없어도 그만인 수업이 됐다.
많은 중·고등학교가 체육 시간을 축소하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체육시간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수업 대신 운동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놀이 등으로 시간을 때우는 일이 잦다. 학부모들이 체육시간을 입시과목 수업으로 대체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학교에서 체육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이 본다는 점이다. 오늘날 학생들의 체력저하는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체육백서에 따르면 학생건강체력평가에서 고교생의 저체력(0~39점) 비율이 2017년 15% 미만에서 2020년 24.5%로 크게 늘었다. 초중고 학생 비만율은 2014년 11.5%에서 꾸준히 늘어 2019년 15.1%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신체활동 축소는 더 심각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국민생활체육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52.6%로 연령대 중 최저였다.
학생들은 하루 시간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운동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학교에서 체육활동에 필요한 절대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입시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교교육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저하는 국가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남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 기초체력이 허약한 상태에서 군에 입대하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이는 곧 전투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체육을 입시에 포함시키면 된다. 옛날처럼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오래달리기를 억지로 시키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현실에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자발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체육활동을 학생생활기록부 평가자료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신체활동에 익숙해져야 성인이 돼서도 생활스포츠를 즐기고 건강한 노후를 유지할 수 있다. 오늘날에 맞는 체력장의 부활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운동량을 보장하고 기초체력을 유지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