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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쌍둥이(태린·태율)를 낳고 지난해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전념하고 있는 안선주(36)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탄수화물을 끊고 운동을 병행해 16㎏을 감량했고 태국으로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쌍둥이 엄마’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일념 하나 때문이다.
안선주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투어에서 7승을 거두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이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8승을 쓸어 담았다. 2010년, 2011년, 2014년, 2018년 등 4번이나 일본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J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상금왕에 오른 것은 2010년 안선주가 최초였다.
KLPGA 투어 복귀 첫해였던 지난해 톱10에 두번 드는 데 그쳤던 안선주는 올해는 5월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과 7월 맥콜·모나 용평오픈에서 각각 준우승을 기록하며 훈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안선주는 “나이가 들다 보니 젊은 선수들에 비해 볼 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작년보다 연습량을 늘려 올해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것 같다. 준우승도 했으니 우승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꼭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JLPGA 투어 출산 휴가가 끝나는 만큼 내년에 일본과 국내 투어 중 어느 투어에 전념할지도 선택해야 한다. 안선주는 “아이들을 두고 일본에 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다. 한국 투어를 주 무대로 두고 일본 대회는 최대 6개 정도 나가는 걸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LPGA 투어 영구 시드를 받을 수 있는 통산 30승까지 2승만 남겨놓은 상황. 그러나 안선주는 “영구 시드에는 미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선주는 “저의 최종 목표는 결혼하고 나서 상금왕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2018년에 이뤘다. 내가 즐기고자 하는 것들을 다 포기하면서까지 골프에 올인했고 9년 동안 일본에서 28승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외의 타이틀, 기록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다”고 밝혔다.
2018년 일본에서 통산 28승, 네 번의 상금왕을 차지한 안선주는 이후 디스크 시술 후 쌍둥이를 출산하며 투어를 잠시 떠났다. 안선주는 “당시에는 잠시 골프와 잠시 떨어져 있고 싶었다”며 “10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쉬어도 된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사실 조금은 서러웠다”고 회상했다.
골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2년 전 태어난 쌍둥이였다. 그리고 KLPGA로 13년 만에 복귀했다. 돌아와 보니 투어를 뛰는 선수 중 최고참이었다. 후배들과 다시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그래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102위(232.33야드)에 불과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12위(80.54%)로 높았다. 평균 퍼트는 2위(29.27타)에 올랐다. 성적도 대상 포인트 12위, 상금 랭킹 20위에 오를 정도로 후배 선수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
안선주가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안선주표 스윙’ 때문이었다. 안선주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독 가파르게 백스윙을 올린다. 하체를 많이 쓰지 않고 상체 위주로 샷을 하기 때문. 팔로만 백스윙을 든 뒤 클럽을 지면에 내려찍는 ‘다운블로’로 공을 친다. 백스윙을 시작하는 동시에 손목을 엄지손가락 쪽 방향으로 꺾는 동작인 코킹을 해주고 이어 다운스윙 때 오른발을 최대한 지면에서 늦게 떼면 안선주만의 드로 샷이 완성된다. 이는 손목과 허리 관절이 유연한 안선주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안선주는 아마추어들을 위해서는 단 한 가지만 강조했다. 안선주는 “드라이버는 머리가 앞으로 나가면 맞지 않기 때문에 시선과 몸을 공 뒤에 놓고 때려야 한다. 아이언은 위에서 아래로 공을 내려다보고 공 위에서 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추어들은 연습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것만 생각하고 샷을 하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