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혁이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의 주성철을 만나 또 한 번의 파격 변신을 꾀했다. 올해 데뷔 16년차. 드라마와 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처럼 일하며 필모그래피를 닦아왔다. 연기와 함께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왔을 법한 수려한 외모로 주목받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 배우로서 ‘이준혁’의 존재감을 강렬히 각인한 역할들은 주로 악역이었다. 2012년 드라마 ‘적도의 남자’부터 ‘60일: 지정 생존자’, ‘비밀의 숲’ 시리즈 등 매 작품 결이 다른 입체적 악역으로 시청자들의 애증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 그가 ‘범죄도시3’로 새로운 빌런 캐릭터를 경신했다. 연기자로서 고민이 깊어지던 때 만난 3세대 빌런 ‘주성철’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배우 이준혁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이준혁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범죄도시3’의 정식 개봉을 하루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31일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동한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 분)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액션 영화다. 이날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는 개봉 하루 전인 지난 29일 16만 5120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48만 1178명이다.
앞서 ‘범죄도시3’는 정식 개봉일은 31일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 연휴기간인 지난 27일~29일 사흘간 전국 극장에서 대규모 유료 상영회를 진행하며 흥행 예열에 나섰다. 사실상 변칙 개봉이다. 하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단 3일 만에 46만 9309명을 끌어모으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한 것.
특히 전작의 윤계상, 손석구를 잇는 새로운 빌런으로 분한 이준혁의 열연이 화제다. 특히 이준혁은 이번 캐릭터를 맡아 마동석과 대적하기 위해 운동 및 식단으로 무려 20kg를 벌크업,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으로 눈길을 모았다. 이준혁은 “지금은 다른 작품 준비하느라 살이 다 빠진 상태다. 열심히 찌웠는데 개봉일을 기준으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먹느라 쓴 돈이 얼만데 아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번 역할로 단기간에 벌크업과 체중 감량을 경험하며 다이어트에 전문가가 된 거 같다”며 “준비 기간이 1년이나 6개월 정도만 됐어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을텐데 3개월 만에 무리하게 찌우느라 힘들었다. 무리해서 먹다 보니 간 수치도 안 좋아지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아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성철이란 인물은 이준혁이 연기자로서 고민에 빠져있을 때 운명처럼 만난 오아시스같은 캐릭터다. 이준혁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제작자인 마동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대본도 보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수락한 모든 과정과 순간들이 전부 ‘운명’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가 아니더라도 직업인으로서 살면서 ‘이게 맞는 길인지’ 고민이 드는 힘든 순간이 있지 않나. ‘범죄도시3’ 제안을 받았을 때가 유난히 그런 고민이 컸을 때”라며 “그 전까지 마동석 선배님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던 사이도 아니라, 연락을 받을 일이 없었는데 전화 한 통으로 역할 제안이 왔다.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겪을 법한 일이 ‘나에게도?’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타이밍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캐스팅 제안을 받을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주성철은 그전까지 이준혁이 맡아왔던 악역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이준혁은 “그 전의 악역들은 전체를 놓고 조명하면 일종의 희생자이면서 불쌍한 사람이기도 했다. 반면 주성철은 극 중 마석도의 말처럼 정말 나쁜 놈이라서 ‘좀 맞아야 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마디로 혼나 본 경험이 없는, 실패가 없던 캐릭터”라며 “지금까지 너무 성공만 했던 사람인 거다. 기본적으로 악하고, 그릇과 야망이 크다 보니 ‘이거론 부족한데?’란 생각으로 계속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이라고 부연했다.
또 “한 번도 실패를 맛본 적 없는 사람이 인생 최고 전성기에 가장 큰 거래를 앞두고 있던 때 마석도가 나타나 방해를 받고 실패를 맛보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다”며 “다른 캐릭터들과 다리 마지막까지도 플랜B를 꾀한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길 거라 생각하는 캐릭터라 영화가 끝난 뒤 이 사람의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고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캐릭터인 만큼, 힘들었지만 연기하면서 새로운 재미와 쾌감을 느꼈다고.
그간 181cm, 70kg의 몸무게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92kg까지 찌우는 도전을 감행했다. 이준혁은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120kg까지 찌워봤을 것 같다”며 “촬영 기간동안 제 삶의 대부분을 역할에 썼다. 심지어 잘 때마저 꿈에서 이상용 감독님이 나오더라. 목소리 면에서도 거친 이미지와 공명을 주고 싶어 보이스 트레이닝도 따로 받았다”고 촬영 과정을 회상했다.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봐 준 선배 마동석에게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준혁은 “촬영 중 왜 저를 캐스팅하셨는지 여쭤본 적이 있다. 그동안 제 작품들을 꾸준히 체크해주셨다더라”며 “‘야구소녀’란 작품에서도 증량을 해 본 적이 있어서 증량의 가능성도 봐주신 것 같다. 배우로서 내 작품을 챙겨봐주고 가능성을 봐주신다는 건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