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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무너뜨린 AI 오프사이드 판독, 한국도 적응 필수

이석무 기자I 2022.11.24 00:00:00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후반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밀리미터(mm) 차이를 구분하는 오프사이드 기술을 알고 있었고 잘 이용했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의 말처럼 22일(이하 한국시간) 최약체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킨 데에는 세 번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결정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의 페널티킥 선제골 이후 세 차례나 골망을 더 흔들었지만 모두 취소가 됐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과 비디오 판독 심판(VAR) 때문이다.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치르는 한국 대표팀도 이런 새로운 시대와 기술에 적응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비 라인을 올려서 상대를 저지하는 우리 대표팀 입장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아르헨티나의 오프사이드 판정은 겨우 몇 센티미터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예전 같으면 심판의 판단에 따라 온사이드가 될 수 있는 정도였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 “아르헨티나를 이긴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라 오프사이드 판독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전에만 오프사이드 7개를 기록했다. 메시 같은 쟁쟁한 선수들이 활약하는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뜻밖의 기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SAOT 기술을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고, 운이 좋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서 SAOT로 오프사이드 판정되며 노 골 선언된 첫 골. (사진=Xinhua/뉴시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에서 SAOT를 처음 도입했다. 그전까지 VAR실에 있는 심판이 영상을 보고 육안으로 확인하던 것과 달리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위치한 12대 추적 카메라가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29개 데이터 포인트로 나눠 인식한다. 이를 초당 50회 빈도로 움직임을 읽어내 몇 mm 수준의 오프사이드까지 잡아낸다.

공인구인 ‘알리흘라’ 안에도 오프사이드를 잡아내는 기술이 적용됐다. 비행기 항법장치에 필수적 기술인 관성측정장치(IMU)다. 물체의 전후좌우 움직임은 물론 회전 방향 및 가속도 등이 측정 가능하다.

알리흘라의 IMU 센서는 초당 500회 정도로 공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판독한다.

오프사이드 판독 결과가 나오면 VAR 담당 심판이 다시 확인하고 필드에 있는 주심에게 알린다. 주심은 수집된 정보를 다 받은 뒤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완전자동이 아닌 반자동 판독시스템으로 불린다.

이 기술은 FIFA의 의뢰를 받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스포츠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가 3년간 개발 끝에 만들어냈다. SAOT 도입 후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걸리는 시간은 기존 70초에서 25초 정도로 크게 줄었다.

축구 역사에서 가장 애매한 판정은 오프사이드다. 역사에 남을 오심도 참 많았다. 그래서 축구계는 오프사이드 판정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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