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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나(미국)가 ‘골프의 성지(聖地)’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펼쳐지는 디오픈(총상금 1400만달러)에 세 번째 출전에 앞서 골프장에 대한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퍼트 연습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케빈 나는 “리브 골프는 어떠냐” 질문에 “디오픈에 왔는 데 그 얘기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세 번째 왔고 2010년과 2015년 그리고 7년 만에 다시 왔는데 자꾸 와보니까 선수들이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같은 곳에서도 다양한 샷을 해야 하고, 같은 골프장이지만 날씨에 따라서 완전하게 다른 골프장으로 변한다. 그런 게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손꼽은 곳이기도 하다. 올해 150회 맞는 디오픈은 14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다.
200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 데뷔한 케빈 나는 2010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디오픈 데뷔전을 치렀다. 처음 출전해 공동 58위, 두 번째 참가한 2015년엔 공동 28위로 모두 컷을 통과하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디오픈에는 총 8번 출전했고 개인 최고 성적은 2016년 공동 22위다.
그는 “이 코스에선 찬스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컨디션도 좋은 편인데 중요한 건 내 장점을 얼마나 잘 살려서 경기하느냐다. 나의 장점을 퍼팅인데 올드코스처럼 그린이 느리면서 경사가 심하고 또 어떨 때는 30m 퍼트를 해야 하기도 하는 등 평소 잘 접해보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감각을 최대한 목요일까지 끌어올리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9번째 디오픈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디오픈 준비 상황을 얘기한 뒤 자연스럽게 다시 리브(LIV) 골프 얘기로 흘렀다.
PGA 투어에서 19시즌을 뛴 케빈 나는 통산 3780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벌었다. 5년 이상 세계랭킹 톱50을 유지했고, 10년 이상 톱100에 이름을 올리면서 안정적인 투어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 투어 활동에 큰 변화를 줬다. 지난 6월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무대를 옮겼다.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아시아 선수 최고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를 옮겨 비난도 받았으나 걱정했던 것보다 새로운 투어에 대해 만족해했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의 지원을 받아 창설한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매 대회 2500만달러의 총상금에 우승상금만 400만달러에 이르는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투어 규모에 비해 큰 상금이 걸려 있어 일부 선수들은 리브 골프로 떠난 선수를 향해 “돈을 따라 갔다”고 비난하고 있다.
PGA 투어는 리브 골프로 이적한 선수의 대회 출전을 무기한 정지했다. 케빈 나는 그 전에 PGA 투어를 탈퇴했다. 하지만, 디오픈은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의 참가를 막지 않아 케빈 나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올 수 있게 됐다.
케빈 나는 “PGA 투어를 뛰면서 행복했고 감사하고 많은 돈도 벌었다”며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있고 골프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리브 골프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을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른 투어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상금이 많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골프를 치는 게 좋고 그게 어디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리브 골프로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브골프가 미래에는 가장 인기 있는 투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비난과 관심 속에 치러진 리브 골프는 6월 영국에서 첫 대회를 치른 이후 미국 포틀랜드 펌킨릿지에서 두 번째 대회를 치르면서 점점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PGA나 DP월드투어와 다른 경기 방식이 팬들에겐 신선한 흥미를 유도했다.
리브 골프는 48명이 출전해 3라운드 54홀 경기로 열린다. 또 개인전과 함께 출전 선수끼리 팀 대항전이 함께 치러진다.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 같은 골프대항전을 제외하고 PGA나 DP월드 투어 등에선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경기 방식이다.
케빈 나는 “사람들은 ‘예선이 없으니까 경기가 조금 늘어지는 게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열심히 치게 되는 데 그건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이 함께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내가 못 쳐서 팀에 불이익이 가게 되면 그게 더 민망한 일이 된다. 개인전이면 성적이 나쁠 때 경기를 포기하게 될 때도 있지만, 팀 경기에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끝까지 더 열심히 치게 되더라”라고 리브 골프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또 다른 관심사인 리브 골프의 세계랭킹 포인트 인정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리브 골프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지 못하지만, 선수들이 계속해서 메이저 대회 등에 참가하기 위해선 순위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케빈 나는 “지금 당장은 세계랭킹도 받지 못하지만, 내년에는 세계랭킹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세계랭킹의 목적은 선수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성적에 따라 점수를 주어야 한다. 지금도 예선 없이 펼쳐지는 WGC 대회 등이 모두 세계랭킹을 부여받고 있으며, 기상 악화 등으로 2라운드 또는 3라운드만 하고 경기가 끝나고 모두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는다. 리브 골프에도 더스틴 존슨이나 브룩스 켑카 같은 좋은 선수들이 많은 데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세계랭킹을 받지 못하는 건 옳지 않다. 그렇게 되면 그건 진정한 세계랭킹이 될 수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리브 골프의 성공을 자신하는 케빈 나는 “다음 세 번째 대회가 열리기 전 유명한 몇 명의 선수가 더 리브 골프와 계약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모멘텀이 계속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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