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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의 KIA전 투구 분석표에는 새 구종이 추가됐다. 포크볼 2개다. 전형적인 강속구형 투수인 그는 그간 주 무기인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를 기반으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의 브레이킹 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아왔다. 포크볼을 던지는 건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도 전례가 없었다.
안우진은 “포크볼은 공이 홈플레이트로 떨어져도 타자들이 스윙을 하더라. 내가 던지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타력이 있는 좌타자를 상대로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시도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경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사실 포크볼을 익힌 시점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지난 24~26일 부산 원정 때 송신영 투수코치에게 배우기 시작해 이틀 전 불펜 피칭에서 한 번 던져본 게 전부였다. 투수들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모두 실전에서 쓰는 건 아니다.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실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우진은 완전히 장착하지 못한 포크볼로 나성범과 최형우에게 각각 헛스윙 삼진과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최근 안우진을 상징하는 수식어는 ‘160㎞’였다.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 선발 등판해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는데, 마지막 이닝에 전광판 최고 구속이 160㎞까지 찍힌 것이다. 역대 KBO리그를 봐도 파이어볼러로 불렸던 외인 투수 몇 명만 기록한 수치다. 토종 투수들에게는 ‘꿈의 구속’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홍원기 키움 감독은 “1구부터 100구까지 전부 160㎞로 던질 순 없다”고 짚었다. 김광현, 양현종 등 리그 최고의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강약조절’이 필수라는 것이다. 홍 감독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방법을 연구해 마운드에서 효과적으로 카운트 싸움을 해야 한다”며 “선발투수는 그런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우진의 포크볼은 ‘토종 에이스’를 향한 진화의 시작이다. 그는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에게 느린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 홈런이 많이 나온다“며 “한 가지 구종을 늘리면 좋겠지만 아직 더 연습해야 제대로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