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러플보기 악몽 딛고 미소 찾은 고진영…“보완점 깨달았죠”

주미희 기자I 2022.05.03 00:00:00

고진영, PV 챔피언십 최종 합계 9언더파 준우승
지난주 쿼드러플보기·포퍼트 보기로 부진
마지막 날 5타 줄이고 '뒷심'…상금 1억7천만원
"스윙에서 안 되던 부분이 뭔지 깨달았다"
2주 후 파운더스컵 타이틀 방어 나서…"기대돼"

고진영이 지난달 29일 열린 LPGA 투어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퍼트 후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지난 사흘 경기보다 스윙이 좋았어요. 안 되던 뭔가를 찾았거든요.”

최근 2경기에서 부진했던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값진 준우승을 일궈냈다.

고진영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팔로스 버디스 에스테이츠의 팔로스 버디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고 보기 1개를 엮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우승자 매리나 앨릭스(미국)에 1타 뒤진 단독 2위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주 디오 임플란트 LA 오픈 3라운드에서 페널티 구역에 빠진 공을 쳐 내려다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한 데 이어, 최종 4라운드에서는 1.5m 거리에서 4퍼트를 하며 더블보기를 적어낸 등 보기 드문 경기를 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고진영은 이틀 연속 이어진 실수에 공동 21위로 밀려났다. 앞서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도 퍼트 난조를 보이며 공동 53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적어냈던 터라 부진이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나왔다.

그전까지 고진영은 출전한 11개 대회에서 6승을 차지했고 톱6에 무려 10번이나 이름을 올리는 극강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63홀 그린 적중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LPGA 투어 신기록인 16라운드 연속 60대 타수·34라운드 연속 언더파도 작성했다.

말 그대로 그는 매주 우승할 기회를 만들었고, 현지 언론은 “타이거 우즈(미국)조차 전성기에 달성하지 못한 기록을 고진영이 세우고 있다”며 활약상에 찬사를 보냈다.

이 때문에 LA 오픈에서 보여준 고진영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흐름이 끊기면서 장점이던 집중력 또한 무너졌다.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지난주 실수를 잊었다는 듯 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2위에 올랐지만 2, 3라운드에서 각각 1타, 2타를 잃고 공동 12위로 내려앉았다.

고진영 샷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공을 똑바로 치고 실수가 거의 없으며 타깃을 향해 정확하게 샷을 보낸다. 거리 조절력이 탁월한 것이 강점인데, 2라운드에서 그의 그린 적중률은 66.67%(12/18), 3라운드에서는 61.11%(11/18)에 그쳤다. 강풍의 영향을 받은 데다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나니 좋은 위치로 공을 올리기 어려움을 겪었고 퍼트 수도 30개, 32개로 불어났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이 살아나면서 그린 적중률 88.89%(16/18)을 기록해 정상궤도로 올라섰다.

7번홀(파5) 먼 거리 이글을 포함해 전반에만 4타를 줄인 고진영은 16번홀(파5)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가 두 번의 퍼트로 버디를 잡고 앨릭스와 공동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동반 플레이어와 인사를 나누는 고진영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고진영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뒷조의 결과를 기다렸다. 고진영보다 1시간가량 늦게 출발한 앨릭스가 후에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고진영을 1타 차로 따돌렸고 고진영은 준우승을 기록하며 상금 13만9217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챙겼다.

고진영이 2일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티 샷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고진영은 “지난 세 라운드에 비해 바람이 덜 불었고 잘하면 우승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플레이를 했다”며 “지난주 경기가 잘 안 돼서 조금 실망했는데 파운더스컵을 앞두고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기쁘다.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LPGA 투어는 한 주 동안 경기가 없고 오는 13일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몬클레어 컨트리클럽에서 코그니전트 파운더스 컵을 개최한다. 파운더스 컵은 지난해 고진영이 우승한 대회다. 고진영은 한 주 휴식을 취한 뒤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지난해와 다른 골프장에서 열려 코스 탐색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마음가짐과 컨디션을 똑같이 유지하려고 한다. 타이틀 방어 대회가 매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고진영을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앨릭스는 2018년 9월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투어 첫 우승을 거둔 뒤 3년 8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을 따냈다. 허리 디스크 부상을 극복하고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8000만원)를 획득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메건 캉(미국)이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고,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해나 그린(호주)은 공동 5위(7언더파 277타)로 하락했다. 박인비(34)도 1타를 잃어 공동 16위(4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매리나 앨릭스가 2일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미소짓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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