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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 그래미 어워즈는 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렸다. 이날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본식에 직접 참석해 수상자 발표를 기다렸다.
‘버터’는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의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I Get A Kick Out Of You),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의 ‘론니’(Lonely),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도자 캣·SZA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 등과 경합했다. 방탄소년단에게 그래미 어워즈 수상은 예술성과 음악성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또 다시 고배를 들었다. 시상자로 나선 에이브릴 라빈이 수상자로 호명한 주인공은 방탄소년단이 아닌 도자 캣·SZA의 ‘키스 미 모어’였다.
하지만 그래미도 방탄소년단의 스타성을 포기하지는 못한 분위기였다.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지난해까지 사전 시상식으로 온라인을 통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본 시상식 발표로 변경됐다. 더구나 마지막 본상이 호명되기 직전으로 시상 발표 시각을 늦췄다. 시상식에서 상의 비중은 늦게 발표할수록 높게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올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방탄소년단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소속사 하이브의 이날 주가가 전 거래일인 지난 1일보다 3.10% 높은 33만3000원에 시작해 33만4500원까지 상승한 것도 이를 대변한다. 하이브 주가는 방탄소년단의 수상 불발과 함께 하락했다. 이 부문 시상 순서를 뒤로 미룬 것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그래미의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59년 출발한 그래미 어워즈는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시상식으로 꼽히지만 실질적으로 최고 권위 시상식이다. 음악적 완성도를 주요 평가 지표로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이 속한 단체인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 회원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가린다. 각각 팬 투표와 빌보드 차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상자를 정하는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앞서 멤버 슈가는 지난해 11월 LA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적부터 봤던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 올라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며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그래미 수상 재도전에 나서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엔) 뛰어넘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상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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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계적 뮤지션들이 부른 후보곡들의 면면 또한 쟁쟁해 수상자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수상곡인 ‘키스 미 모어’의 경우 올해의 레코드상과 올해의 노래상을 포함해 올해 총 8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며 고평가를 받았다. 댄스 팝 장르 영어곡인 ‘버터’는 해외 프로듀서들이 작사, 작곡하고 멤버 중 리더 RM만 랩 메이킹으로 곡 작업에 참여한 만큼 음악성을 중시하는 그래미 수상에 약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아메리칸뮤직어워즈와 빌보드뮤직어워즈에서 상을 받았던 방탄소년단은 한국 대중음악 가수 최초 그래미 수상과 3대 음악 시상식 석권이라는 대업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음악 채널 Mnet에서 국내 생중계 진행을 맡은 가수 배철수는 “방탄소년단이 수상하지 못해 한국인으로서 참 아쉽다”면서도 “대한민국 뮤지션들이 계속해서 도전하다 보면 그래미 수상의 영광을 안을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이날 퍼포머로 나서 ‘버터’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첩보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객석에서 무대를 지켜본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시상식의 4대 본상인 ‘제너럴 필즈’ 중 올해의 레코드상과 올해의 노래상은 브루노마스와 앤더슨 팩이 받았다. 멤버 중 앤더슨 팩은 한국계 혼혈 뮤지션이다. 올해의 앨범상과 최고 신인상은 각각 존 바티스트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