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LG 구한 켈리 "뱃살 덕분에 타구 맞아도 괜찮았죠"

이석무 기자I 2021.11.06 01:14:56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종료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LG 켈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LG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가을야구에서 또다시 에이스의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팀을 구했다..

켈리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 선발로 나서 5⅔이닝을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3-1로 앞선 6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유일한 1실점도 3루수 김민성의 실책이 빌미가 된 비자책점이었다.

LG는 켈리의 호투 덕분에 두산을 9-3으로 이기고 준PO 전적을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LG가 두산을 가을야구에서 이긴 것이 2013년 이후 처음이어서 이날 승리가 더 의미있었다.

LG가 전날 준PO 1차전에서 패했기 때문에 켈리는 큰 부담을 안고 이날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부터 철렁한 장면이 나왔다. 1회말 첫 타자 정수빈이 강습 땅볼 타구에 복부를 맞고 쓰러진 것.

켈리는 공을 바로 잡아 1루에 던져 정수빈을 아웃 시켰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켈리는 곧바로 일어나 씩씩하게 계속 공을 던졌다.

1회말 1사 후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를 허용한 켈리는 박건우마저 볼넷으로 내보내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재환을 1루수 쪽 병살타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켈리는 두산에 매 이닝 안타나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집중타는 내주지 않았다. 5회말 2사 후 안타와 도루, 볼넷을 허용해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페르난데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LG 타선이 3점을 뽑아 3-1로 앞선 상황에서 6회말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첫 타자 박건우의 평범한 땅볼 타구 때 LG 3루수 김민성이 악송구가 나오면서 다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무사 2루 상황에서 김재환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을 내줬다.

이후 양석환과 허경민을 연속 아웃 처리했지만 박세혁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자 LG 코칭스태프는 교체를 지시했다. 뒤이어 등판한 좌완 김대유는 두산 대타 김인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켈리는 마치 자기가 삼진을 잡은 것처럼 더그아웃에서 힘차게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마침 이날 잠실구장에는 켈리의 아버지가 방문해 아들이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응원했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켈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역투를 펼쳤고 귀중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날 경기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코스메틱 제품을 받은 켈리는 “많은 팬들이 그립고 보고 싶었는데 팬들이 에너지를 보내준 덕분에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발생으로 아버지가 한국에 오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직접 찾아주셔서 더 의미가 컸다”고 덧붙였다.

1회말 정수빈의 타구에 복부를 맞은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켈리는 “뼈에 타구 맞은게 아니라 큰 부상은 아니었다”며 “시즌 막바지다 보니 뱃살 붙어 쿠션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5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페르난데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도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켈리는 “평소에는 페르난데스를 상대할 때 낮게 공을 던지려고 하는데 오늘은 포수 유강남이 하이패스트볼을 유도했고 그게 통했다”며 팀동료 유강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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