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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사춘기' 겪은 고진영, "2주 쉬고 에비앙에서 올림픽 예습"

주영로 기자I 2021.07.06 00:01:00

LPGA 투어 VOA클래식 최종 16언더파 정상
작년 12월 투어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에 우승
"최근 경기 잘 안 풀려 심적으로 불안..우승해 기뻐"
"2주 휴식 후 에비앙 출전해 올림픽 마지막 준비"

고진영이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넣은 뒤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고진영(25)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준지 일주일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으로 ‘여왕의 부활’을 알렸다.

고진영은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2개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적어낸 고진영은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15언더파 269타)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12월 2020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6개월 넘게 우승이 없었던 고진영은 시즌 첫 승과 함께 통산 8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를 받은 고진영은 상금랭킹 7위(79만1336달러)로 올라섰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여서 메달 사냥의 기대감도 높였다. 고진영은 박인비(33), 김세영(28), 김효주(26)와 함께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올해 10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이 없었고 지난주엔 2년 가까이 지켜온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반전을 꾀할 바탕을 마련했다.

약 7개월 만의 우승이어서인지 고진영은 우승 소감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이어 “지난 몇 개 대회를 하는 동안 ‘골프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았다”며 “버디를 하고 다음으로 흐름을 이어가는 게 내 장점이었는데 그 동안은 잘 안 돼서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그러면서 ‘골프 사춘기가 왔구나.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잘 극복하면 한 계단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7월이 되자마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우승을 확정하는 퍼트를 넣은 뒤 잠시 하늘을 바라봤던 고진영은 “지난 몇 개 대회에서 힘들었고 그러면서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고 경기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는데 그런 점이 떠올랐다”며 “또 넉달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격리 때문에 귀국도 못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대회는 둘째 날 악천후로 경기가 순연되면서 고진영은 사흘째 2라운드 잔여 경기와 3라운드 경기까지 총 32홀을 경기하는 강행군을 했다.

그는 “어제 경기는 굉장히 힘들었다”며 “32홀 경기를 하면서 체력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는 걸 다시 느꼈고, 너무 힘들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낀 탓인지 고진영은 이날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모두 앞선 3라운드보다 정확성이 떨어졌다. 1~3라운드까지 87%를 유지하던 페어웨이 적중률은 69%로, 72%였던 그린적중률은 66.7% 모두 가장 낮게 나왔다. 14번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등 평소답지 않은 실수를 했다. 이 홀에서 보기를 했더라면 추격해온 카스트렌에게 분위기를 빼앗길 수 있었지만, 집중력으로 파를 지켜내 큰 위기 없이 넘겼다.

이날 우승으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분위기도 바꿔놨다. 고진영은 이번 주 열리는 마라톤 클래식과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 베이 인비테이셔널을 건너뛰고 22일 개막하는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도쿄올림픽에 나간다.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을 올림픽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나가기 전까지 체력이나 스윙 감각 같은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정은(25)은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쳐 7위, 시메트라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민지(24)는 김효주(26) 등과 함께 공동 8위(10언더파 274타)에 올라 다음 대회 자동 출전권을 받았다. 전인지(27)는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공동 14위(8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고진영.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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