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순옥적 허용'→PPL 난무…'펜하3' 인기 주춤한 이유

김보영 기자I 2021.06.23 06:00:00

시즌 1·2 인기 견인한 순옥적허용, 시즌3되니 '피로감'
19.5%→17.5% 시청률·화제성 감소…"몰입 떨어져"
"막장 자극에 내성 생겨…주 1회 편성도 영향"

(사진=SBS)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기록적 시청률과 뜨거운 화제성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던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인기가 작품성, 무리수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다. 자극적인 스토리 전개와 함께 꾸준히 제기돼왔던 ‘개연성’ 문제가 이번 시즌 들어 특히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극적 설정과 출생의 비밀, 죽었던 등장인물의 부활 등 막장 전개들이 반복되고 그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피로도를 느낀 대중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쌍둥이 코드를 활용한 1인 2역(나애교와 심수련 역), 죽었던 등장인물의 부활(배로나 역) 등은 지난 시즌에서 극적효과, 반전을 주기 위해 사용된 장치들인데 이게 시즌3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진부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비슷한 막장 코드가 반복되니까 개연성이 떨어지고 ‘우습다’란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다. 다음 전개 예측도 가능하니 시청자 입장에선 몰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부터 방송 중인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헤라팰리스’란 상류층 공간을 배경으로 오윤희(유진 분)와 천서진(김소연 분), 심수련(이지아 분) 세 여성을 내세워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과 함께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복수극을 그려왔다.

시리즈는 그간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막장 드라마’의 편견을 깨고 젊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시즌1, 2 내내 승승장구했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매운맛’, ‘초스피드’ 스토리 전개가 학교 폭력과 부동산 투기, 입시 비리, 가정 폭력 등 현실과 맞닿은 주요 사회문제 소재들과 만나 시너지를 냈다.

물론 주인공들이 선악을 바꿔 복수를 주고받는 과정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이 역시 통쾌함을 느끼기 위한 장치로 자연스레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를 지칭하는 ‘순옥적 허용’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덕분에 시즌1, 2 모두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시즌1 최고 28.8%, 시즌2 최고 29.2%,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고, 유진과 김소연, 이지아 등 주요 배우들은 이 작품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찬사를 들었다.

시즌3 역시 매회 두자릿수 시청률로 금요일 전 채널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주춤한 상승세로 고전 중이다. 지난 4일 첫회 19.5%로 출발한 시청률이 2회째 17.5%로 감소했고 3회째 같은 수치로 정체 중이기 때문이다. 시즌1 10회(16.9%) 이후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매회 19%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최저 수준에 가깝다.

지난 11일 SBS ‘펜트하우스3’ 2회 방송 당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렉스 리(박은석 분)의 등장 장면. (사진=SBS 방송화면)
시청자들의 반응도 점차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2에서 죽음을 맞은 ‘로건 리’를 연기했던 배우 박은석이 지난 11일 방송된 시즌3 2회에 쌍둥이 형 ‘알렉스 리’란 배역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대목은 무리수란 빈축을 샀다. 시청자 이예정씨는 “로건 리는 극중 민설아(조수민 분)가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까지 외아들이었다는 설정인데 쌍둥이 형이 또 있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시즌1 에서 체육교사 구호동(박은석 분)이 변장한 로건 리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재밌으니 참고 넘겼는데 이번 시즌에서도 비슷한 설정을 반복하니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레게머리와 문신, 금붙이로 치장한 이빨, 하이톤 영어 억양 등 알렉스 리의 과한 분장 묘사는 일부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인종차별이란 질타까지 받았다. 이 여파로 ‘펜트하우스3’의 화제성도 첫방송 주차 대비 34.92% 감소(14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발표 결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즌3에 새롭게 합류한 인물들의 활약이나 반전도 아쉬움을 준다는 지적이다. 시청자 신미영씨는 “시즌3에 합류한 온주완(백준기 역)이 ‘진짜 주단태’고 기존 주단태(엄기준 분)가 백준기였다는 사실도 신선하다기보단 ‘반전을 위한 억지 반전’처럼 활용된 듯해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뜬금없는 빙수 ‘먹방’ 등 광고를 방불케한 과도한 PPL(간접광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자극적 코드를 추가하는 대신 개연성을 보강하고 인물의 감정선을 충실히 쌓아올리는데 집중했으면 더 반응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시즌1,2 때와 달리 주 1회만 편성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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