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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FA 시장이 본격 개막한 뒤 초반 탐색전이 이어지나 싶더니 지난 주를 기점으로 갑자기 불이 붙었다. 지난 10일 FA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허경민(30·두산)이 7년 총액 85억원(보장 4년 65억원+선수옵션 3년 20억원) 조건으로 원소속팀 두산에 잔류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최주환(32·두산)이 SK와 4년 총액 42억원에 사인하면서 올 시즌 FA 이적 1호 선수가 됐다.
이제 관심은 두산의 또 다른 FA 거물선수 오재일(34)과 정수빈(30)에게 쏠린다. 오재일은 FA 시장이 막 오르기 전부터 여러 팀으로부터 주목받았다. 1루수로서 장타력과 수비력을 겸비한데다 두산의 주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오재일과 관련해선 삼성라이온즈행 가능성이 강하게 점쳐졌다. 실제 오재일의 에이전트와 삼성 구단 측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가장 타자 친화적인 대구 라이온스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거포 부재에 시달려왔다.
야구계 안팎에서 오재일의 예상 몸값은 4년 40억~45억원 수준이었다. FA 시장 한파 현상과 코로나19로 인한 모기업 투자 축소로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내년이면 만 35세가 되는 오재일의 나이도 불리한 요소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허경민, 최주환 등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계약을 맺으면서다. 모기업 자금난으로 사정이 어려울 것이라던 친정팀 두산은 실탄이 상당함을 드러났다. 만약 두산과 삼성이 본격적인 영입 경쟁을 벌인다면 오재일의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도 크다.
정수빈도 몇몇 팀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한화이글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한화는 올 시즌 최하위에 그친 뒤 전면적인 리빌딩을 선언했다.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하고 이용규, 송광민 등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했다.
하지만 팀의 중심을 잡아줄 핵심 선수는 필요하다. 특히 외야는 빈자리가 너무 크다. 한화는 공백을 메워줄 후보로 정수빈을 주시하고 있다.
관건은 두산의 행보다. 두산은 소속 FA 선수들을 놓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우선순위를 정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 최우선 순위는 허경민이었고 붙잡는데 성공했다.
두산이 어떤 선수에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가 두 선수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FA 선수 유출이 불가피한 두산이 과연 누구를 보상 선수로 선택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최주환을 SK로 떠나보낸 두산은 SK에서 20인 보호선수 가운데 1명을 보상 선수로 데려올 수 있다.
두산은 FA 보상선수로 큰 재미를 봤다. 2008년 홍성흔이 롯데로 떠나면서 보상선수로 데려온 이원석(34·삼성)은 팀의 주전 3루수로 발돋움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보상선수로 데려와 성공을 거둔 이원석은 삼성과 FA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두산에 온 보상선수는 포수 이흥련(31·SK)이었다. 이흥련 자체는 큰 임팩트가 없었다. 하지만 이흥련이 떠난 뒤 대박이 났다. 백업포수로 활약했던 이흥련은 올해 5월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이때 두산에 온 선수가 우완투수 이승진(25)이었다. 150km대 강속구가 일품인 이승진은 두산에 오자마자 팀의 불펜 기둥으로 대변신했다.
2018년 양의지(33)가 NC와 4년 125억원 FA계약을 맺었을 때 두산은 보상선수로 우완투수 이형범(26)을 선택했다. 이형범은 2019년 두산의 마무리로 변신,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역대급 보상선수 성공 신화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