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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가 최근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 ‘배심원들’로 인터뷰를 하면서 한 말이다.
‘배심원들’은 국내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볼 수 있다. 여성이 재판장으로, 게다가 주인공으로 나와서다. 기존 상업영화에서 여성이 판사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며, 등장한다 하더라도 재판부의 일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역할을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성배우 중 한 명이 문소리가 맡아 무게를 더했다. ‘배심원들’은 지금껏 수많은 극에서 방관해온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치는 작품으로 성평등 감수성 향상을 요구받는 요즘 영화계에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준다.
“(여성 재판장이) 신선한 것 같다는 현실이 슬프면서도 이렇게라도 나왔으니 기쁘기도 해요. 최종적으로 여성으로 결정됐지만 사실 기획 단계에서 김준겸(배역)이 남성이었던 시절도 있었어요. ‘남자가 해야 힘이 실리지’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어요. 영화를 시작할 때에는 그런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죠.”
그러나 ‘배심원들’은 여성 재판장 김준겸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재판장 김준겸의 이야기며, 첫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다. 문소리가 배역에 부담감을 털어내고 작업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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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는 남녀 배우 통틀어 활동 반경이 가장 넓은 배우일 것이다.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그녀에게 장벽이란 없는 것 같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스크린과 TV를 넘나든다.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를 가리지 않으며, 연기를 위해서 공부도 하고 연출도 하는 연기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배우다. 그녀의 행보는 다른 배우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귀감이 되고 있다. 문소리는 큰 의미부여 없이 그저 “좋아하기 때문”이란 대답으로 겸손을 보인다.
‘배심원들’에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곱씹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건을 대하는 김준겸의 태도와도 연결된다. 문소리에게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원칙이 있을까.
“저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면 이창동 감독님을 떠올려요.(웃음) ‘네가 주연이라고, 네가 배우라고 행동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호되게 트레이닝시키셨어요. 갓 태어난 동물이 가장 먼저 본 존재를 엄마라 인식하고 따르잖아요. 저한테는 이창동 감독님이 그런 존재예요. 처음 영화할 때 그분을 만나서 그런지 이창동 감독님의 가르침이 지금까지 생생하게 큰 지침으로 박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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