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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 연예산업을 ‘강자만 살아남는 생존게임’이라고 비난했다. 버라이어티가 한국 연예계와 비유한 ‘헝거 게임’은 미래 사회가 배경인 수전 콜린스의 소설로 생존 경쟁을 펼치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연예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습생이 되기 전 오디션부터 경쟁체제다. 연습생이 돼도 1개월에 몇차례씩 테스트를 거쳐야 데뷔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게 힘들게 데뷔를 해도 끝이 아니다. 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가수, 연예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스타가 된다. 현재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믹스나인’과 ‘더유닛’이 방송 중이기도 하다.
한국 연예계는 그 같은 ‘스타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 시스템은 현재도 보완, 발전 중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는 “K팝 기획사들은 가수의 우울증 등 정신적 관리까지 다면적 케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돼 왔고 아직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버라이어티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K팝의 가수 제작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지는 못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원 겸임교수는 또 “치열한 경쟁은 비단 K팝 가수들, 연습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산업 어느 분야에서 생존경쟁이 아닌 곳이 없다”며 “오히려 기획사와 가수들은 상대를 밟고 올라서기 위한 경쟁만 하지는 않는다. 경계를 뛰어넘은 컬래버레이션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윈윈을 모색한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도 “버라이어티는 압박이라고 표현했지만 한국 가수 제작 시스템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습생, 가수들이 스스로 원해서 연습을 했고 실력을 쌓은 게 결국 자신은 물론 소속 그룹, K팝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 진출하고 트와이스를 비롯한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게 된 기반에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어린 나이에 자신의 끼와 꿈에 기반해 인생의 진로를 일찌감치 정하고 한가지 길로만 내닫게 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발탁돼 데뷔를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가정과 학교 생활을 거치지 못한 게 정서적인 불안정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아이돌 연습생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울증 초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아이들이 증상을 호소할 때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심리 상담 등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