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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국내 남자골프엔 스타가 많았다. 쇼트게임의 마술사로 불린 최상호(62)를 비롯해 ‘아이언의 귀재’ 박남신(58), ‘필드의 신사’ 강욱순(51), ‘부산갈매기’ 신용진(53)과 ‘작은 거인’ 박노석(50), ‘탱크’ 최경주(47)와 ‘바람의 아들’ 양용은(45)까지 걸출한 스타들이 계속해서 탄생했다. 많은 스타들 중에서 최광수는 ‘독사’로 통했다. 특유의 매서운 눈빛은 상대를 압도했고, 눈매만큼이나 샷도 날카로웠다. 페어웨이 구석구석을 찌르듯 날아가는 강력한 드라이브샷과 송곳처럼 날카로웠던 아이언샷 그리고 자로 잰 듯 정교함을 자랑하는 퍼팅으로 15승을 쓸어담았다.
최광수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이 있다. 2005년 한국오픈이다. 2004년 마스터스 우승자 마이크 위어(캐나다)와 그해 PGA 투어 바이런넬슨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던 테드 퍼디(미국) 등 내로라하는 PGA 스타들이 출전했다. 마지막 날 치열한 우승경쟁이 펼쳐졌다. 3~4개 홀을 남기고 11명이 공동선두를 이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마지막 18번홀이 끝났을 때는 단 2명이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광수는 까마득한 후배 허원경(당시 19세)와 연장전을 치렀다. 최광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배의 실수가 나오면서 싱거운 승부로 끝났지만, 1989년 프로 데뷔 이후 16년 만에 처음 한국오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오픈은 상금도 컸지만 내셔널 타이틀 대회이면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녀 프로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 했다. 최광수의 통산 15번째 우승이자, 현역(코리안투어) 생활 마지막 우승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리막길을 탔다. 서서히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났고,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2010년 만 50세가 된 최광수는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챔피언스(시니어)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코리안투어에선 고참이었지만, 챔피언스투어에선 루키이자 막내였다. 첫해 14경기를 뛰어 상금랭킹 14위의 신통치 않은 성적을 냈다. 이듬해 5위로 뛰었고, 챔피언스 무대 데뷔 3년 만인 2102년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이 터졌다. 시즌 3승으로 상금왕이 됐다. 이어 2013년과 2014년까지 3년 연속 상금왕을 제패하면서 챔피언스투어의 1인자로 우뚝 섰다.
최광수는 25일 충북 청주 그랜드골프장에서 끝난 2017시즌 KPGA시니어오픈에서 우승했다. 시즌 2번째 우승이자 챔피언스투어 통산 13승째다. 최광수는 또 다른 꿈을 꿨다. 국내 남자프로골프 역대 두 번째 ‘15-15클럽’을 준비하고 있다. 최광수는 “코리안투어에서 15승을 거뒀다. 챔피언스투어에서도 2승을 더해 ‘15승-15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15-15클럽’은 남자프로골프에서 딱 한 번 나왔다. KPGA 코리안투어 최다승을 올린 기록의 사나이 최상호(43승-15승)만이 유일하게 가입했다. 새로운 목표를 향하는 독사의 눈빛은 예나 지금이나 매서웠다.
◇최광수는?
1960년생
1989년 KPGA 코리안투어 데뷔, 명출상(신인상) 수상
KPGA 코리안투어 통산 15승
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 4회 (1998년, 2000년, 2001년, 2005년)
KPGA 코리안투어 대상 1회 (1998년)
2010년 KPGA 챔피언스투어 데뷔 통산 13승
2012년~2014년 KPGA 챔피언스투어 상금왕 (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