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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국과 관련해 영화인들이 ‘할 말 했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영화인들답게 가장 뜨거운 감자인 최순실 사태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해 침묵하지 않았다.
시작은 ‘아수라’였다. ‘아수라’는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초청됐다. 정우성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한 후 “이해의 충돌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에 올린다”며 “신경쓰지 마라.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지 않냐.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 영광”이라며 커밍아웃한 감독도 있다. ‘연가시’에 이어 지진과 원전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재난 영화 ‘판도라’를 선보이는 박정우 감독이다. 박정우 감독은 9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판도라’ 기자간담회에서 “(민감한 내용 탓에) 배우들이 하나같이 영화를 걱정하는 조금은 불행한 시절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자체 검열을 하게 되는 이런 상황들이 화가 나고 우울하다”고 지적했다. 배우 정진영은 “창작자가 이야기를 만들 때 불이익을 당할 것을 떠올리는 것은 못돼먹은 사회다”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있어야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냐”며 일침했다.
봉준호 감독의 뼈있는 소감이 통역사를 당황시켰다. 뛰어난 창작성 및 예술성으로 프랑스와 세계 문화 분야에 공헌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오피시에를 받고는 “마냥 기뻐할 수 없다”면서 “조만간 최순실과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정상 회담을 하는 것인가 생각하니 어지럽다”고 얘기했다. 나라 안팎에서 가장 뜨겁고 민간한 정치적 이슈를 재치 있게 꼬집은 것이었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각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마스터’ 현장에서도 시국과 관련된 발언이 나왔다. 연출자 조의석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마스터’ 제작보고회에서 진현필(이병헌 분)의 연설 장면을 언급하며 “극중에서 진회장이 연설을 두 차례 정도 하는데 캐릭터의 포인트를 주는 장면이라 연설문이 중요했다. (연설문 때문에) 이병헌 선배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는 독기가 오르더라. 연설문을 쓰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보고 수정했다는 의혹을 연상키며 현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다”며 “이 영화가 힘든 현실에 조금이나마 휴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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