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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명품, 자기愛에서 비롯된다

조희찬 기자I 2016.07.18 06:00:00
인버네스 시내(사진=조희찬 기자)
[인버네스(스코틀랜드)=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잃어봤기에 소중함을 아는 것 같다.” 발렌타인 홍보 대사 트리스탄 캠벨(37) 씨가 말했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서 북쪽으로 약 30분 떨어진 글렌버기 증류소로 이동하는 내내 4층 높이 이상의 건물을 볼 수 없었다. 캠벨 씨는 “이곳에선 정부의 허가 없이 높은 빌딩을 지을 수 없다. 도시의 경관을 망치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은 교회 탑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코 프라하가 잦은 외세 침입으로 인해 타 문화와 조화하며 화려한 멋을 가졌다면, 스코틀랜드, 그중에서도 인버네스가 풍기는 분위기는 투박함에 가까웠다. 무채색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하지만 견고해 보였다.

건물만 봐도 알 수 있듯, 스코틀랜드인들은 그들의 문화에 대해 강한 자부심이 있다. 골프에서도 드러난다. 골프는 네덜란드의 아이스하키 비슷한 숄(Chole)이라는 빙상 놀이가 스코틀랜드로 건너와 정착한 것이 근대 골프의 시작점으로 알려졌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장 명단에 14개의 골프장을 올리며 골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스코틀랜드인들이 골프만큼 소중히 여기는 것은 또 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위스키다. 5일 찾은 글렌버기 양조장은 세계에서 1초당 2병씩 팔리는 발렌타인의 가장 오래된 증류소다.

1810년 세워진 이 증류소에서 나오는 위스키 원액은 모든 발렌타인 제품에 들어간다. 발렌타인의 심장부다. 글렌버기에서 생산되는 위스키 원액과 약 40개의 양조장에서 나오는 원액을 적절히 섞어 생산 초기의 맛을 유지한다.

‘블렌딩’은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50)에 의해 이뤄진다. 200년이 넘는 발렌타인 역사에 히슬롭을 포함 단 5명만이 거쳐 간 자리다. 단지 블렌딩 실력이 아닌, 발렌타인의 지난 200년을 술잔에 담아내야 하는 경험과 통찰력도 필요하다. 기존 마스터 블렌더가 평생 발렌타인을 만들어 온 인물로 후보군을 꾸려 다음 마스터를 지목한다. 발렌타인이 강조하는 ‘STAY TRUE’ 역시 이들의 전통에 대한 애착에서 나온 슬로건이다.

캠벨 씨는 “1700년대 중반, 스코틀랜드인들의 반란이 잉글랜드인들에게 진압당하면서 스코틀랜드 전통이 모두 금지됐다. 그 중에서는 전통 의상 중 하나인 킬트도 금지 목록에 들어갔다”며 “금주법 시대에는 오크통에 위스키를 숨겨가면서까지 우리 것을 지키려고 했다. 우리의 것을 잃었을 때의 비참함은 후손들에게도 이어졌다. 스코틀랜드인은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려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렌버기 증류소 내 오크통. 이곳에 위스키 원액을 보관한다. (사진=조희찬 기자)
글렌버기 증류소 내부 전경(사진=조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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