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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 "어려서 성교란 다리 만들었다 엄청 혼나"(인터뷰)

양승준 기자I 2015.04.09 07:04:17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는 페이스북 메인 페이지를 주성치 영화 ‘식신’이미지로 꾸렸다. “주성치를 정말 좋아한다, 지금도”(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어려서부터 사서 매를 버는 소년이었다. 충남 홍성군의 한 고등학교 기술·가정 시간. 다리를 만들던 사내는 그 위에 철사로 ‘성교’라는 문구를 달았다. 다리 교(橋 )자를 토대로 한 일종의 말장난이었다. 돌아온 건 선생님의 호된 꾸지람. “교각 만들기 수업인데 어떤 애는 송혜교라고 이름 짓고 그럴 때였다. 아이디어가 겹쳐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에 성교라고 했다가 엄청 혼났다. 성적도 안 나왔고.” 키 162cm의 작은 소년이 자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왔다.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27)다. 항상 주늑이 들어 보이는 사내지만 알고 보면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이다. “근데 왜 반말을….” 유병재는 유재석 등 쟁쟁한 전문 방송인들 사이에서 가수 광희를 향해 ‘이태임·예원 욕설 논란’ 패러디를 하는 ‘개그 순발력’을 보여줬다.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tvN ‘SNL코리아’ 코너 ‘극한직업’에서 매니저로 출연하면서다. 맞는 건 기본. 세상 ‘을의 설움’은 모두 당하는 ‘찌질남’을 자연스럽게 소화해서다. 특별한 점은 따로 있다. ‘바보 같은’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국민의 간지러운 곳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집중적으로 간지럽힐 수가…” 유병재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은 ‘어록’이라 불리며 네티즌 사이 화제다.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열정페이’ 문제를 비꼰 현실적이면서도 ‘뼈’가 있는 그의 말은 고달픈 ‘삼포세대’에 큰 공감을 사고 있다. 실없어 보이는데 진지하고, ‘찌질’한 듯한데 천박하진 않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종잡을 수 없는 그를 만났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인터뷰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선수’가 따로 없었다.

“‘초인시대’? 사회가 무능력자로 만들어 버린 ‘삼포세대’ 얘기”

-‘무한도전’에 출연한 뒤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다. 어색하진 않나

▶유병재(이하 유): 많이 알아봐 주신다. 감사한 일이다. 기분도 좋다.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사인해달라는 분도 있고. 다만, 사인을 잘못 만들어 사인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게 흠이다.

-방송 출연에 드라마(tvN ‘초인시대’)준비에 정신이 없겠다

▶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드라마 회의를 한다. 대본도 쓰고. 8부인데 4부까지 탈고했다. 작가는 나 포함해서 8명이다. 촬영은 2부까지 마쳤다.

-초능력을 소재로 한 이유는 뭔가

▶유: 처음에는 영웅물을 하고 싶었다. 코미디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꿈꾸는 소재잖나. 독특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란 한 줄 메모로 정리해둔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런데 지난해 12월 드라마를 써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편성 잡아놨다고. 그분이 안상휘 국장(‘SNL코리아’ 총괄)이다. 그때부터 이야기의 틀을 잡았다. 공감대를 키우기 위해 시대 얘기를 덧붙인 거고. ‘삼포세대’(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20~30대)라고 하잖나. 사회가 청춘을 ‘필요없다’ 쓸모없다‘는 식으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 스스로 무능력자라 생각하는 청춘에 초능력이 생기면 어떨까란 의문에서 시작했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유병재와 tvN 드라마 ‘초인시대’에 나오는 유병재(사진=‘무한도전’ 방송 캡쳐, CJ E&M).
-예고편 영상을 보면 블록버스터 코미디 느낌이다

(한강 위로 여러 비행기가 비행하며 긴장감을 만든다. 등장인물은 늑대처럼 눈이 변하기도 한다)

▶유: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코미디만도 아니다. CG(Computer Graphic)가 쓰이긴 했지만, 일부일 뿐이다. 겉모습은 판타지스럽지만 이야기는 현실적이다. 취업과 사랑에 대한 얘기다. 초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해피엔딩이 아니다. 이런 식이다. 초능력 중 시간을 되돌리는 이가 있다. 취업준비생인데 면접에서 떨어진 청춘에 다시 옛 면접 시간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겼다고 치자. 과연 그 사람은 합격할 수 있을까. 면접관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기 어려울 뿐 더러 마음에 드는 답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유로 떨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초능력이 있어도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옷을 벗고 뛰는 장면도 찍었더라

▶유: 보통 배트맨 등 영웅들은 옷을 입고 변신하잖나. 난 그 반대를 생각했다.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을 쓰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 설정으로. 내가 부끄러운 일을 해야 다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취업준비생의 고충과 ’열정페이‘ 문제를 다룬 점이 ’미생‘을 떠올리게 한다

▶유: 아이고, 욕 먹는다. 재미없는 ’미생‘이라고 해두자. 윤태호 작가의 완전 팬인데.

-드라마는 짧은 콩트와 다르다. 이야기를 길게 펼쳐야 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나

▶유:너무 어려웠다. 5분짜리를 찍을 때는 논리상 비약을 무시하기도 했는데 드라마는 기승전결을 갖춰야 하잖나. 이어질 수 있게 짜는 일이 쉽지 않더라.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힘들지만 하다 보니 재미가 붙더라. 다행히 연기하는 배우들도 재미있다고 해주고.

-연기가 어렵지는 않나

(유병재는 드라마에서 대학교 복학생인 유병재를 연기한다. 애인은 커녕 친구 하나 없는 ‘아웃사이더’ 캐릭터다.)

▶유: 내가 무슨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겠나. 뺨이나 맞는 놈일 뿐이다. 하다 보니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초인시대‘ 속 유병재와 실제 유병재와는 닮은 점이 적잖다. 유병재는 실제 대학교 때 “친구가 없었다”고 했다. 유병재는 대학에 입학하며 처음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 마포 인근에 10제곱미터(3평) 남짓의 방을 얻어 혼자 살았다. “술 마시고 놀아야 하는데 친구가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 멍하니 누워 다음날 아침을 맞았다. 집에 TV도 없었다. 듣는 거라곤 라디오가 전부였다. 가끔 PC방에 혼자 놀러가 게임을 했다. “PC방에 놀러갔다 1기가짜리 MP3를 주워 거기에 노래 넣어 듣고 다녔다. 공부도 열심히 안 했고 제대로 놀지도 못했으며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한 적도 있다.”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팬..대학 입학 계기”

-동아리는 안 들었나

▶유: ’서강영화공동체‘란 동아리에 들었다. 딱히 즐기지는 못했다. 물론 영화를 좋아해서 든 곳이다. 씨네필까진 아니어도 정말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박찬욱 감독을 정말 좋아했다. 특히 ’올드보이‘를. 정말 좋아해 박 감독을 따라 학교(서강대학교)를 가야겠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영화감독이 꿈이었으니까. 신문방송학과를 택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영화감독은 꿈은 포기한 건가

▶유: 대학 들어가서 일찌감치 접었다. 다음 꿈은 PD였다. 나 입학 할 때가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막 나왔을 때인데 예능 PD란 직업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멋있어보이기도 했고. 부모님도 내가 방송사 PD를 하길 바라셨다. 아직까지도. 얼마 전에도 말씀하시고.

-개그맨 시험은 왜 본 건가

(유병재는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봤다. “개그맨이 꿈이었다”고 했다.)

▶유:군대에 있을 때 개그맨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말년에 사회에 나가면 뭐하고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잖나. 과연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하다 얻은 답이었다. 개그가 정말 좋았으니까. 그래서 스물 둘과 셋이 되던 해 KBS에서 시험을 봤다. 면접 때 1분 동안 콩트를 했다. 3차까지 간 적도 있는데 그 때 안소미, 송영길 씨를 봤다. 지원자들 안내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왜 더 도전하지 않았나

▶유: 1년 정도 준비했는데 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공개 코미디가 바라는 연기 톤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톤도 아니었다. 과연 내가 그 시험을 보는 게 맞나 라는 회의가 들더라. 만약 운 좋게 들어간다고 해도 방송사에서 하라는 걸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으니까. 들어보면 알겠지만 참 아이 같은 구석이 있다. 감정 콘트롤도 잘 못하고.

tvN ‘SNL코리아’ 코너 ‘극한직업’ 속 유병재와 Mnet ‘아트비디오’ 속 유병재(사진=방송캡쳐).
-대학교 때 생활을 보면 수줍음을 많이탔던 거 같은데 개그맨이 되려했다는 게 낯설다

▶유: 숫기는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 웃기는 게 좋았다. 어려서부터 발표하는 걸 좋아했다. 학교에서 삼행시나 짧은 시 지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잖나. 그럼 친구들 웃기고 싶어 집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캐릭터였다. 중학교 때까지는 엄청 외향적이었다. 까불기도 하고.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가니 다소 처지고 낯을 가리게 되더라.

-별명이 뭐였나

▶유: 이름에 병 자가 들어 있어 병따개나 뭐 이런 게 많았다. 키가 작아 ’반지의 제왕‘ 속 드워프인 김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래도 공부는 잘 했나 보다. ’극한직업‘ 속 이력서를 보니 수학과외 경력이 있더라

(유병재는 방송에서 “전교 1등을 한 적 있다”고 했다. 2007년 서강대 신방과에 입학해 현재 휴학 중이다.)

▶유: 수리영역은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 물론 그 해는 수리영역이 쉽게 나왔지만. 주로 어린 친구들을 가르쳤다.

-페이스북을 보니 ’수지가 아까울까 이민호가 아까울까 시간이 아까웠다‘란 글을 썼더라. 왜 쓴 건가

▶유: 아, 그건 두 사람 열애 기사 보고 든 생각이다. 문득 떠올랐다. 소식 접하고 누가 아까울까란 생각을 하는 날 발견했고, 그걸 생각하는 내가 한심해서 적은 거다.

유병재에 ’무한도전‘은 지울 수 없는 ’방송 지문‘이 됐다. 유병재는 ’무한도전‘ 새 멤버 영입 프로젝트에 두 번이나 출연하며 시청자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한도전‘은 큰 추억이 될 것 같다

▶유: 워낙 좋아했던 프로그램이다. 다들 잘하시는 분들만 나오시잖나. 그분들 보느라 시청자처럼 있다 온 거 같다. 하도 웃겨서. 지켜보며 ‘나도 저렇게 방송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단순히 말 잘하고 이런 걸 넘어서. 촬영장 가니 ‘무한도전’ 멤버들이 ‘특이하다’ ‘귀엽다’ 며 좋아해 줘 감사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예능 작가로도 활동했으며 드라마도 썼다. 다음은 뭔가

▶유: 계속 찾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더 해보고 싶다. 만들어보고 싶은 기획 아이템이 몇 개 있어서. 작사도 해보고 싶다. 재미있게 쓰고 싶다.

-같은 회사의 나영석 PD와 작업해 보는 건 어떤가

▶유: ‘삼시세끼‘를 좋아했다. 그냥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폭소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내 방송 가치관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 프로그램이다. 웃음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잖나.

-작가, 개그맨, 배우, 연예인 중 제일 듣고 싶은 말은 뭔가

▶유: 개그맨이다. 연예인은 지금도 아니라고 앞으로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을 것 같고. 솔직히 ’무한도전‘까지 나갔는데 ’난 연예인 아니다‘라고 우기는 것도 좀 그렇고.

-마지막 질문이다. 묘비에 어떤 글을 남기고 싶나

▶유: ‘후지게’는 안 살았다? 지금도‘ 후지다’고 볼 수 있지만 창피하게 살고 싶진 않다. 그런데 지금도 묘비명을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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