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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몽타주’(감독 정근섭·제작 미인픽쳐스)로 돌아온 배우 엄정화(44)의 말이다. 쏟아지는 칭찬에 감사해 하면서도 아쉬운 점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몽타주’는 아동 유괴·사망사건을 그린 휴먼 스릴러다. 극 중에서 엄정화는 유괴범에게 딸을 잃고 고통 속에 사는 엄마 하경을 연기했다. 이야기는 15년 넘게 한 사건을 쫒는 형사 오청호 역의 김상경이 끌고 간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엄마’ 엄정화다. 절절한 모성애 연기로 극찬받고 있다. 클라이맥스에서 아이를 잃고 오열하는 연기에 상대배우 김상경은 “자식이 100명은 있는 사람 같다”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몽타주’는 한국영화계에 단비 같은 작품이다. 모처럼 여배우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며 존재감을 보였고, ‘신세계’ 이후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영화를 살려낼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이언맨3’, ‘위대한 개츠비’ 등과 경쟁해 개봉 첫주 65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 중심에 ‘여배우’ 엄정화가 있지만 맡은 역할은 ‘또’ 엄마로 새로울 게 없었다. 바로 전작인 ‘댄싱퀸’(2012)을 비롯해 최근 4년간 출연한 영화 모두에서 그는 엄마였다. ‘몽타주’와 같은 스릴러 영화에서 모성애 연기를 펼친 것도 ‘오로라공주’(2005), ‘베스트셀러’(2010)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선뜻 ‘하겠다’는 말을 못했다. 마음을 돌린 건 ‘여느 스릴러와 다른 결말, 이야기’에 끌려서다. 엄정화는 “결과적으로는 하길 잘했다 싶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여배우의 열악한 현실을 에둘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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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는 배우다. 또 동시에 가수로 불린다. 두 얼굴이 자연스럽다. 무대 위 모습만큼이나 작품 속에서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아찔한 관능미와 거침없는 솔직함. 여기에 이웃집 언니 같은 친근함까지. 과감하게 중앙선을 넘나들었다.
어쩌면 ‘변신’은 연예계에 첫발을 떼던 그 순간부터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1992년 영화 ‘결혼이야기’로 데뷔해, 이듬해인 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OST 수록곡인 ‘눈동자’로 가수가 됐다. 이후 정확히 20년을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정상에 선 지금도 그는 여전히 꿈을 꾼다.
“새 앨범도 당연히 내야죠. 언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무대에서 다시 노래하고 춤을 출 거라는 겁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좋은 곡 만나면 바로 활동할 수도 있고요. 전 지금도 일하는 게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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