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2 K리그 11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시작과 동시에 골을 넣어 승기를 잡은 뒤 후반 27분 김태환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서울은 최태욱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고명진이 낮게 깔아 크로스 한 공을 최태욱이 그대로 받아 골망을 갈랐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지 몇 초 지나지 않은 시간에 나온 골이었다.
최태욱은 팀의 분위기를 살렸지만, 전반 경기 도중 허리가 삐긋하면서 김태환과 교체됐다. 운이 좋았을까. 교체돼 들어간 김태환도 문전 앞에서 골에 성공시켜 서울의 승전보를 울렸다.
경기가 끝난 후 최용수 감독은 애써 기쁨을 감췄다. 자만하지 않고 시즌에 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그는 "상대는 역시 강팀이었다"며 "뜻깊은 승리를 많은 팬 앞에 보여줘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는 특이하게 서울의 간판 공격수 데얀과 몰리나의 발에서 골이 터지지 않았다. 토종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최용수 감독도 깜짝 놀랐다. 그는 "뜻밖의 골이었다. 선수들의 노력이 팀의 전력이 돼 상대수비를 분산시키는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며 "데얀과 몰리나도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팀을 받쳤다"고 덧붙였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날 아이를 키우고 있는 팀의 선수들에게 케익을 선물했다. 5월5일 어린이날을 기념한 선물이었다. 최태욱도 5살 막내와 8살 아들을 키우는 아이의 아버지. 혹시 전날 받은 케익이 골과 연관된 거 아니냐는 흥미로운 질문도 제기됐다.
최용수 감독은 "기막힌 스토리다. 순수한 마음에서 어린이날 선물로 줬는데, 이렇게 골이 터질 줄 몰랐다. 태욱이가 가족의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나와 골을 넣은 것이 아닌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즌 골을 성공하지 못했는데, 묵묵히 하다보니 이런 날이 왔다"며 "자랑스럽다. 나도 복받쳤다"고 덧붙였다.
최태욱도 이날 "케익 때문에 아이들이 기도를 열심히 해줬나보다. 이렇게 빨리 골을 넣은 건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며 "데몰리션 콤비도 뛰어나지만 국내파가 잘 받쳐줘야 우승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이날 최태욱과 최용수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리그를 긴 마라톤으로 보고 앞으로 경기를 잘 풀어가야 겠다는 입장이다. 최용수 감독은 "방심과 동시에 추락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최태욱은 "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을 살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