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저는 왜 매번 목숨을 걸까요?"(인터뷰)

최은영 기자I 2012.02.03 08:00:00

`하울링`서 여형사 변신..`구르고 넘어지고 깨지고`
`비몽` 때 사고는···"김기덕 감독 탓 아니야"

▲ 이나영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3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작은 얼굴에 큰 눈, 170cm 큰 키에 48kg의 작은 체구.

감성연기의 달인, 배우 이나영이 형사가 되어 돌아왔다. 늑대개에 의한 연쇄살인. 이를 쫓는 두 형사. `하울링`의 유하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하울링`은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에요. 늑대도, 개도 아닌 늑대개를 통해 우리 사회 소외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영화죠."

그의 눈빛이 빛났다. 배우 이나영의 오늘을 키워드로 살펴봤다.

◇ 하울링

버렸다. 채웠다.

이나영은 영화 `하울링`과 전작의 차이를 이같이 설명했다. 유하 감독에 송강호, 여형사 캐릭터에 액션. `와우~` 탄성이 절로 터졌다.

집요하기로 소문난 유하 감독은 이나영을 "무던하다"고 표현했다. 구르고 넘어지고 깨지면서도 단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싫은 내색을 한 적이 없어서다. 이나영에게 직접 "화를 낼 줄 모르느냐?" 묻기까지 했다.

이나영은 "그만큼 배가 고팠나 보다"며 웃었다.

"이전에는 내가 재밌어하는 작품에서 내 것을 꺼내 보였다면, 이번에는 작품을 통해 나를 채우는 데 중점을 뒀어요. 나 자신을 통째로 작품에 던졌고, 감독에게 맡겼죠."

◇ 액션

이나영은 지난 1년을 꼬박 `하울링`에 매달렸다.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간 작품 준비에 나서 9월까지 촬영을 했고, 후시 녹음 등 후반작업을 마치니 한 해가 끝나 있었다.

"직접 여형사들과 만나 취재를 하고 오토바이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준비를 나름 철저히 한다고 했는데도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됐어요. 촬영 중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에는 몸이 공중으로 붕 뜨면서 `이대로 죽는 건가?` 생각마저 들었죠. 두 번 정도 응급실 신세를 졌는데 괜찮았어요."

감독이 언급한 `무던함`이 이럴 것일까. 선배 이성민에게 얼굴에 손자국이 날 정도로 따귀를 맞고서도 "다행히 한 번에 끝났다"며 "제대로 때려줘서 고마웠다"란다. 정강이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때에는 특수분장사들에 사진으로 찍어 자료로 쓰라며 오지랖 넓은 아량을 베풀기도 했다.

영화에서 여배우는 흔히 `꽃`으로 불린다. 스릴러 등 장르영화에선 더하다. `하울링`의 이나영도 꽃이었으나 뻔한 꽃은 아니었다. 향기가 독특하면서도 짙었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여주인공 리스베트가 딱 제 역할인데요. 짧은 앞머리에 탈색한 눈썹, 내 옷장에서 바로 꺼내온 듯한 의상들···. 피어싱이 문제인데 루니 마라도 일부는 클립형을 사용했다더라고요? 그런 역할 어디 없을까요?"
▲ 이나영
 
◇ 신사의 품격

어느덧 올해 나이 34세. 연애는 안 하느냐 물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연애를 하고 픈 마음도,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혼 역시 아직은 먼 이야기로만 느껴진단다.

요즘 그의 머릿속은 온통 일에 대한 생각뿐이다. SBS 새 미니시리즈 `신사의 품격` 출연을 고사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3월에서 5월로 드라마 방영 시기가 늦춰지며 꾸준히 활동하려던 신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시크릿가든` 신드롬을 이끈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 특급스타 장동건의 합류도 그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제작사 측에 출연을 못할 것 같다고 통보한 지는 좀 됐어요. 인연이 아니었겠죠. 아쉽지는 않아요. 연이 닿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미련을 갖지 않는 편이어서요."

◇ 김기덕

"`비몽`을 찍던 중 여주인공 이나영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있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고 이후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김기덕 감독의 회고다. 김 감독은 2008년 영화 `비몽` 이후 공백기를 갖다 지난해 자문자답 형식의 1인 영화 `아리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더불어 `이나영`의 이름도 뜨겁게 회자됐다.

당시 사고는 이나영이 맡은 란이 정신병원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불거졌다. 이나영이 목이 졸린 채 허공에 매달리는 사고가 났고 놀란 김 감독은 옆에 있던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이나영을 끌어내린 후 목에 감긴 줄을 풀었다.

"절대 감독님 탓이 아니었어요. 사실적으로 연기하려던 제 욕심에 그만···. 지난해 감독님 영화로 당시 일이 새삼 화제가 됐잖아요. 그때 그 사고가 그렇게까지 감독님 마음에 상처가 됐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저는 왜 매번 작품에 목숨을 거는 걸까요?"

(사진=권욱 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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