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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배우 엄태웅(37)의 성공은 이 같은 말로 요약된다. "비로소 연기를 즐기게 됐다". 2010년 가을,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개봉을 앞두고 그가 했던 말이다. KBS 드라마 `부활`에서 `엄포스`로 불리며 이름을 떨치고,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시청률 40%를 넘기며 고공 행진을 이어갈 때에도 그는 얼음처럼 차갑고 대나무처럼 뻣뻣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생 자체를 즐기는 느낌이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말랑말랑해졌다.
새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개봉을 앞두고 만난 엄태웅은 시종 유쾌했다. 최근 화제가 된 `결혼 공약` 이야기부터 물었다. 그는 이 영화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에서 연거푸 관객 250만 명을 넘으면 정려원과 결혼하겠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제가 좀 그래요. 똥오줌 못 가리는 장난기가 있어요. 언론시사회에서도 그냥 농담이었다고 하면 끝났을 것을 또다시 대뜸 `결혼하겠다` 해버렸으니…. 그러니까 `둘이 정말 사귀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죠. 대책 없는 이 성격을 어쩌면 좋을까요?"
순박한 표정으로 남 이야기하듯 말하는데 웃음이 절로 터졌다. 그래놓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을 키웠다. "촬영 내내 정려원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폭탄 발언을 한 것.
"이번 영화는 극 중 동주와 송경처럼 설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어요. 실제 연애를 하는 기분으로 찍었죠. 촬영 내내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요. 정려원이라는 여배우를 만난 건 행운입니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뇌종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녀가 사랑으로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로맨틱 멜로다. 엄태웅은 "소재는 어둡지만 밝고 예쁘게 그려 웃으면서도 마음이 짠했다"고 새 작품을 이야기했다.
극중 그가 맡은 역할은 서른이 넘도록 동생부부네 얹혀사는 허당 반백수 강동주. 로또로 인생 한방을 꿈꾸는 남자다. 엄태웅은 동주처럼 로또는 안 하지만,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그렇게 되길 바라는 낙천적인 성격은 실제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는 여자친구를 향해 헤벌리며 웃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가족의 탄생`에서 만나 절친이 된 수애를 비롯해 차기작 `건축학개론`에서 호흡을 맞춘 한가인, 수지 등의 이름을 차례로 떠올리며 실없게, 자주 웃었다.
"뒤늦게 여배우 복이 터졌어요. 유일하게 친한 걸그룹 멤버도 생겼고. 수지랑은 카카오톡도 해요. 하하"
오는 2월 종영을 앞둔 `1박2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으로도 주저 없이 최지우 김하늘 등이 출연한 `여배우 특집`을 꼽았다. "여배우들과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설렜다"고 음흉스러운 눈빛을 보인 그는 "그런데 프로그램의 취지에 안 맞게 그 후로 연락이 없다"고 투정해 웃음을 안겼다. `조연 특집`은 싫었다고 잘라 말했다.
엄태웅은 `1박2일`과 함께한 지난 1년을 군생활에 빗대 설명했다.
"바짝 긴장한 이등병이다가 요즘은 상병 정도 된 거 같아요. 두려운 마음이 컸고, 몸도 힘들었는데 그런 가운데 사람을 비롯해 많은 것을 얻었죠. CF도 6개나 찍었고요. 마음이 많이 복잡해요. 이제 좀 즐기게 됐는데 마지막이라니 아쉽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하는 동안 정말 제대로 놀았으니 후회는 없어요."
엄태웅은 데뷔 후 처음으로 누나 엄정화와의 대결도 앞뒀다. `네버엔딩 스토리`가 엄정화의 새 영화 `댄싱퀸`과 같은 날인 19일 나란히 극장에 걸리게 된 것. 대진운이 얄궂다. 하지만 흥행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답을 얻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나가 당연히 이길 것 같은 데요? 누나도 자기가 이긴대요. `엄남매` 1, 2위가 목표예요. `댄싱퀸` 1위, `네버엔딩 스토리` 2위"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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