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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동네 형, 국민 여동생 아이유를 덮치다.`
신문지상 사회면에 나올 법한 범죄 소식이 아니다. 가요계 `동네 형`으로 불리는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개코·최자)가 최근 한 달 이상 음원 차트 정상을 지켜온 아이유를 제친 뒤 나온 우스갯소리다.
지난 4일 정규 6집 `디지로그`(DIGILOG)를 발표한 다이나믹 듀오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앨범을 파트 1/2과 2/2, 둘로 나눴는데 각각의 타이틀곡 `불타는 금요일`과 `거기서거기`가 연달아 히트했다.
특히 2/2의 타이틀곡 `거기서거기`는 아이유의 `너랑 나`를 비롯해 티아라의 `러비더비`, 현아·현승의 `트러블메이커` 등과 엎치락뒤치락하며 16일 현재까지도 국내 주요 음원 차트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타블로와 리쌍(개리·길)이 이끌었던 힙합 열풍을 다이나믹 듀오가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한 덕이 컸다. 다이나믹 듀오는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꾸며진 KBS2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해 최종 우승했다. 올 초에는 MBC `무한도전`의 특집 `나름 가수다`에서 노홍철을 지원 사격, 후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성공에 씁쓸함을 토로하는 이도 많다. 리쌍의 길과 개리, 정재형 등이 그랬듯 다이나믹 듀오 역시 예능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음악적 인기로 나타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력파 가수일지라도 예능에 출연해야만 비로소 음악도 함께 주목받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다이나믹 듀오는 이를 인정하며 "당연히 우리도 씁쓸하다. 하지만 예능 출연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때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니 생각이 트였고, 생각이 트여 고집을 내려놓으니 세상이 열렸다는 게 다이나믹 듀오의 설명이다.
다이나믹 듀오는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과의 소통"이라며 "예능도 일종의 예술이더라. 타이밍의 예술. 세상에 대한 이해와 지식, 센스가 없으면 어렵다. 대중에 즐거움을 주기 위한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 음악이나 예능 모두 똑같은 예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변한 만큼 다이나믹 듀오도 많이 변했다. 지난해 8월 2년 간의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현역 제대한 이들은 "시쳇말로 음악에 대한 열정 빼고 다 바뀌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개코는 "입대와 결혼 전에는 규칙도 없고 치기 어리게 살았다면 지금은 약간의 책임감을 갖고 산다"며 "부양자로서의 무거운 책임이라기보다 동반자이자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현상을 관찰하고 삶에 충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자는 "2년 동안 군대에서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좀 더 성숙해진 것 같다"며 "너와 나,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기술적인 진화 외에 음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각각의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얘기가 다른 것 같다"며 "나이 서른이 된 이후 이른바 힙합의 재미라 할 수 있는 `허세`를 버렸다. 멋 부리고 꾸미기보단 동네 평범한 형처럼 소시민이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에 집중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허세를 버리니 인기가 따라왔다는 다이나믹 듀오는 어느덧 결성 11년째다. 두 사람은 요즘의 인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다이나믹 듀오는 "예전엔 `우린 열심히 하는데 왜 인기가 없지?`라는 불만도 많았지만 이젠 마냥 행복하고 즐겁다"며 "항상 같은 자리에서 꾸준히 열심히 할 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많은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 인생, 그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눈물 나게 재미있었다`고 뒤돌아보고 싶다"는 게 이들의 소박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