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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바람의 아들' 이종범(40.KIA 타이거즈)은 축구와 인연이 깊은 야구 선수다. 운명의 장난이 아니었다면 축구 선수로 전설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광주 서림 초등학교 시절 축구 선수를 꿈꿨다. 어린 시절엔 축구부에 들어갈 희망을 안고 있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데다 발까지 빨랐으니 축구 선수로서의 자질도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야구부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축구부가 해체됐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축구부가 해체되지 않았다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 첫 승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온 나라가 축구로 들썩이는 월드컵 시즌엔 이종범의 가슴도 덩달아 뛴다. 하지만 이종범은 월드컵을 맘껏 즐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매일 치열한 순위싸움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팀 맏형으로 뭔가 힘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은 야구 이외의 것에 시선을 두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까지 가둬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종범은 "첫 경기를 잘 풀어냈으니 아르헨티나와 경기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아르헨티나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세계 최강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분명 버거운 대상이다.
이종범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평소와 다름없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미국과 본선 2라운드서 한조에 속해 있었다. 미국을 넘어야만 4강이 가능했다.
한국에 야구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거들과 진짜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었다. 처음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으로 생각했다. 경기 전 이종범은 후배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리거도 그냥 우리랑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덩치만 좀 컸지 야구는 다 똑같다. 쟤들이라고 100점씩 낼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 그저 똑같은 경기라 생각하자."
그리고 한국은 그 경기서 미국을 7-3으로 꺾고 4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종범은 "아르헨티나가 강팀인 건 분명하지만 결국 축구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상대가 어떻게 하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 축구를 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라고 먼저 기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사람인 만큼 분명 틈이 보일 것이다. 우리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고 하니 충분히 기회가 올거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