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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감독 허정무)이 해외전지훈련 일정을 모두 마치고 25일 오후 4시5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4일 장도에 오른 '허정무호'는 3주 남짓한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페인을 돌며 총 5차례의 평가전을 치러 전력을 점검했다. 이를 통해 국내파 위주로 구성한 참가선수 25명의 내공과 전술 적응 능력을 살폈다.
한국은 남아공에서 잠비아와 A매치를 치러 4골을 허용하며 2-4로 완패했고, 현지 1부리그 클럽 플래티넘스타스와 맞대결을 벌여 0-0으로 비겼다. 남아공 2부리그 클럽 베이유나이티드에겐 선제골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세 골을 몰아치며 3-1로 역전승했다. 스페인 말라가로 장소를 옮긴 이후엔 핀란드에 2-0, 라트비아에 1-0으로 이기며 전지훈련을 마무리했다.
◇성과 1 : 힘과 높이에 대한 해결책 발견
눈에 띄는 성과는 스페인에서 치른 유럽 국가들과의 A매치 평가전을 통해 나왔다. 핀란드와 라트비아를 맞아 연승하며 유럽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다. 물론 승리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진 않는다. 두 나라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탈락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강력한 팀은 아니었다. 더구나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라 베스트 멤버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체격 및 파워가 좋은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우세한 흐름을 유지하고, 승리를 거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 선수들과 맞서본 경험이 부족한 국내파 멤버들에게 유럽 원정 평가전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축구의 장점을 뛰어넘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진 경쟁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소득이었다. 한국은 스피드와 공간 활용 능력을 앞세운 공격 전술로 핀란드와 라트비아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골을 터뜨렸고,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통해 실점을 막았다.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 상대 그리스에 대한 해결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 2 : 기대주 및 유망주 발굴
허정무 감독은 이번 해외전지훈련의 1차 목표를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활용 가능한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해외파 멤버들을 뒷받침할 백업 멤버들을 키워내 전체 스쿼드를 튼튼히 하겠다는 의도였다.
허 감독의 실험은 성과도 있었다. 노병준, 신형민(이상 포항스틸러스), 김두현(수원삼성), 박주호(주빌로이와타) 등은 매 경기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A팀 주전 발탁 여부는 미지수지만, 각자 또렷한 특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과시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노병준은 공격 지원, 신형민은 1차 저지선 역할에 장점을 보였다. 김두현은 플레이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박주호는 왼쪽 풀백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확인한 것 또한 수확이었다. 김보경(세레소오사카/MF), 이승렬(FC서울/MF), 구자철(제주유나이티드/MF) 등 올림픽 대표팀 주축 멤버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 축구관계자들을 흡족케 했다.
◇과제 1 : 고지대와 낯선 잔디, 그리고 자블라니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잖았다. 무엇보다 남아공 현지 환경에 대한 우리 대표팀 멤버들의 적응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해발 1300m에 육박하는 고지대와 잎이 넓은 아프리카 특유의 잔디,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등은 남아공 전지훈련 기간 내내 허정무호의 발목을 잡았다.
산소 밀도가 낮은 고지대 공기는 대표팀 멤버들의 체력과 집중력을 시험했다. 낯선 잔디는 '빙판 같다'는 평가를 이끌어낼 정도로 미끄러웠고, 자블라니는 예측불허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수비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다행스러운 건, 숙제를 이른 시점에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대비할 시간이 넉넉한 만큼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 또한 높다. 이와 관련해 남아공 전지훈련 기간 중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관리하며 확보한 여러 가지 데이터들이 앞으로 본선 준비 과정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다.
◇과제 2 : '검은 대륙 축구' 대책 마련 절실
유럽에서의 A매치를 2연승으로 마무리한 것과는 달리 남아공화국에서 치른 아프리카 팀들과의 3차례 대결을 1승1무1패로 마친 것은 다소 씁쓸했다. 남아공에서 치른 유일한 A매치였던 잠비아전에서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로 4골을 내주며 2-4로 완패했고, 남아공 1부리그 클럽과의 맞대결은 졸전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2부리그 클럽과의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가다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다.
대표팀과 클럽팀을 막론하고 아프리카 축구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고, 또 유연했다. 민첩성을 앞세운 공간 침투는 허정무호 수비라인에 여러 차례 아찔한 실점 위기를 안겼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나이지리아와 맞붙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남은 기간 동안 '검은대륙 축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적응력을 제대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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