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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최연소 할리우드 입성, 지훈이 형 덕분이죠"(인터뷰)

박미애 기자I 2009.12.26 09:04:05
▲ 이준

[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지훈(비)이 형 덕분이죠. 형이 아니었음 ‘닌자 어쌔신’ 오디션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테니까요. 나 같은 사람이 ‘닌자 어쌔신’에 출연했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신기하고 실감이 안 나요.”

이준(본명 이창선, 21)은 신인그룹 엠블랙으로 데뷔한지 이제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내 톱 배우들도 닿기 힘든 할리우드에 입성,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바로 비의 첫 할리우드 주연작인 ‘닌자 어쌔신’에 출연한 것이다.

이준은 ‘닌자 어쌔신’에서 비가 연기한 라이조의 청년 시절을 연기했다. 올해 2월부터 두 달 간 5, 6차례에 걸쳐 본 오디션에서 합격한 뒤 4월부터 영화 준비를 위한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5월 독일로 건너가 한 달 반 정도 머물며 청년 시절의 라이조를 촬영했는데 처음에는 실수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없던 장면도 생길 만큼 칭찬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냈다.

‘닌자 어쌔신’ 속 모습만 상상하며 이준과 첫 대면을 했는데, 기자는 한 동안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과묵하고 건강한 외모에 부드러우면서 강렬했던 눈빛의 남.자.다.운. 라이조를 조금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

이준은 어느 새 엠블랙의 멤버로 돌아와 있었다. 밝은 갈색의 웨이브 헤어스타일에 하얀 얼굴 마른 체형 그리고 웃음 많고 장난기 많은 모습은 남자보다 소년에 더 가까웠다.

지금은 자신이 언제 영화에 출연했었냐, 라는 듯 엠블랙으로 정신없이 활동 중이지만 그(이준)가 보여준 상반된 이미지의 모습들을 확인하면서 이준이 앞으로 보여줄 혹은 만들어나갈 것.들.에. 흥미가 생겼다.

-‘닌자 어쌔신’을 봤는지, 자신이 연기한 모습을 본 소감은?
▲딱 한 번 봤는데 민망했다. 내 눈에는 눈빛 하나 동작 하나 어색한 게 있었는데 주위에선 잘했다고 얘기해줘서 좋았다.

-올해 초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오디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영화사 측에서 대본 같은 걸 보내줬다. 오디션은 대본을 자신이 분석해서 카메라 렌즈를 보고 아무런 제스처 없이 대사만 말하는 식이었다. 제스처 없이 대사만으로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또 영어를 전혀 못하니까 자기소개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자기소개에서 어떤 얘기를 했나?
▲무용을 하던 사람이고 최선을 다하겠다, 이렇게 오디션을 치르게 돼 기쁘다 등 평범한 것들이었는데 그것도 못해서 주위에서 민망해했다.

-그런데도 오디션에 합격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사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못했으니까. 그 순간 ‘이대론 탈락하겠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용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스트레칭도 잘하고 몸이 유연해서 액션에 자신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거기서 점수를 많이 얻은 것 같다.(웃음)

-비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지훈(비) 형이 아니었음 오디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디션을 보게 된 계기도 형과 관련 있으니까. 지난해 1월 형의 콘서트에 갔었는데 거기서 영화 관계자를 만났다. 어떤 사람인 줄 모르고 단순히 외국인이어서 친절하게 대하고 애교를 부렸는데 그 모습이 좋게 보였던 것 같다. 그분이 형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사람을 찾고 있는데 형과 내 이미지가 비슷하다며 오디션을 보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오디션에 참가했고 운 좋게 합격했다.

-촬영하면서 힘든 건 뭐였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힘들었다. 육체적으론 액션 연습과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 힘들었고 정신적으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 불안해서 힘들었다.

처음엔 대사는 대나무 박스에 갇힌 키리코(카일리 골드스타인 분)에게 빨대로 물을 주는 장면과 액션은 눈 가리고 타케시(카이 풍 리엑 분)와 대결하는 장면밖에 없었다. 대사는 두 줄밖에 없었는데 그것도 못해서 형(비)에게 엄청 혼났다. 형도 자기 꺼 연습하기 바쁠 텐데 집으로 오라고 해서 옆에서 밤새 지켜보는 가운데 대사 공부를 했다. A4 용지에 대사를 일일이 쓰면서 정말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했다.

그렇게 죽도록 연습해서 감독님께 인정받고 그러면서 분량도 늘어났다. 비 맞는 신이나 나무 가지를 자르는 신은 첨가된 것들이다. 자신은 없었는데 무조건 자신 있다고 우겨서 분량이 늘어놨다.(웃음) 그리고 첫 액션신을 촬영하다가 코뼈가 부러졌는데 그것 때문에 촬영 내내 고생을 많이 했다.

-촬영하면서 비와 함께 지냈나?
▲숙소가 따로 있었고 숙소와 형 집을 오가며 지냈다. 처음에는 형이 외로워서 그랬는지(웃음) 자기 집으로 아예 들어오라고 하더라. 그때만 해도 형과 친할 때가 아니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가 건네는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러워서 일주일간 고민하다가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아서 정중히 거절했다. 사실 형 집에 있을 땐 연습이 거의 되질 않더라.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형에게 잘 보이려고 형의 집 구석구석 엄청 쓸고 닦았다.(웃음)

-비는 스승으로 어떤 사람?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한다. 일할 땐 엄청 냉정하고 정말 무섭다. 하지만 그 외에는 그냥 형이다. 처음에는 (스타니까) 같이 있으면 불안하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동네 형 같아서 의지가 되고 좋았다.

-연기는 처음이고 상대 배역들이 외국인이어서 주눅 들진 않았나?
▲왜 아니었겠나. 하지만 기죽으면 안 되니까 단역 배우들이 ‘네가 한국에서 영화 스타냐’고 물어서 그냥 ‘그렇다’고 답했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 갈 때마다 한껏 차려 입고 등장하곤 했는데 나를 신기하게 봤다.(웃음)

-원래 연기에도 관심이 많았나
▲원래 연기를 지망했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에도 연기자로 들어왔는데 형(비)이 나더러 자신처럼 연기와 노래를 모두 했으면 좋겠다고 해 가수 준비도 함께 했다. 형처럼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싶다.

-연기는 계속 할 것인가
▲당연하다. 물론 엠블랙 활동 때문에 지금 당장 작품 활동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잠을 자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연기는 계속하고 싶다.

-그럼 롤모델은 비인가
▲형처럼 멋진 가수,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또 김지운 감독님의 ‘달콤한 인생’을 가장 감명 깊게 봤는데 이병헌 선배님 역시 나의 롤모델이다.

-끝으로 팬들에게
▲관객들이 ‘닌자 어쌔신’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고 엠블랙이 활동한지 얼마 안 됐는데 많은 관심과 애정을 주셔서 감사하다. 이 모든 일들이 믿겨지지 않고 아직 시작 단계가 부족한 게 많지만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다.
▲ 영화 ‘닌자 어쌔신’ 속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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