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스크린 위를 걷다

최은영 기자I 2009.07.02 07:50:00
▲영화 '워낭소리' '아부지' '거북이 달리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지난해 대중문화 키워드는 '여자'였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부터 '조강지처클럽', 그리고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까지. 대중문화계는 아내 그리고 엄마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변화상에 주목했다.

하지만 올해는 성이 바뀌어 '남자', 그 중에서도 '아버지'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아버지 열풍은 광고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아빠는 슈퍼맨!' '아빠 힘내세요!' '아빠를 부탁해' 등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광고들이 연초부터 브라운관을 가득 메웠다. 물론 이런 때 아닌 아빠찾기 열풍에는 지난 해 말부터 본격화된 불황의 영향이 적지 않다.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힘든 현실을 이겨내 보려는 이들이 많았던 탓이다.

대중문화계에선 스크린이 가장 먼저, 또 적극적으로 '아버지'를 수용했다. 상반기 이변에 가까운 흥행을 이끌어낸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그 시발점이었다. 영화는 마흔살 된 소와 팔순 농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녹아 있었다. 영화 '워낭소리' 개봉당시 이충렬 감독도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깊은 감사와 속죄의 마음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감독은 평생 자식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면서도 영화 밖에 모르던 아들에게 묵묵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아버지의 사랑을 영화 속에 모두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감독이 '워낭소리'에 담은 진심은 300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성애를 다룬 영화는 '워낭소리'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 6월30일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한 김윤석 주연의 영화 '거북이 달린다'도 겉모습은 탈주범을 쫒는 한 시골형사의 추격전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를 본 뒤 더 큰 감동으로 남는 건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이 밖에도 아버지 영화들은 올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제목부터 아버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무송 박철민 주연의 영화 '아부지'가 이달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고, 김영호 유승호 고창석 주연의 영화 '부.산(父.山)'도 올 연말 관객과 만난다.

특히 '아부지'는 평생 농사밖에 모르던 아버지의 깊은 자식 사랑을 담은 영화로 올 상반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워낭소리'와 많은 부분이 닮아 눈길을 끈다.

영화 '아부지'는 농사꾼은 농사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자식을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의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게된다는 이야기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옛 농촌의 향수가 더해져 더욱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10월 개봉 예정인 영화 '부.산'도 아버지 영화로 주목해볼만 하다. '부.산'은 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를 그릴 작품으로 '부.산(父.山)'이란 영화의 제목처럼 부산을 배경으로 산과 같은 아버지의 사랑을 스크린에 담을 예정이다.

이처럼 아버지 사랑에 푹 빠진 충무로. 과연 워낭소리의 울림은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2009년 스크린을 묵직한 걸음으로 수놓기 시작한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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