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영화 리뷰]적벽의 불바다를 펼쳐놓다,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

김용운 기자I 2009.01.14 07:50:00
▲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사진=쇼박스)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삼국지의 백미인 '적벽대전'이 마침내 영화를 통해 재현됐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최후의 결전'(이하 최후의 결전)이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그 전모를 공개했다. '최후의 결전'은 지난해 7월 개봉한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후편이다.

사실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나 '최후의 결전'은 별개의 영화가 아니다. 두 영화는 결국 '적벽대전'이란 한 편의 영화를 둘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즉 '적벽대전'이란 거대한 전쟁서사극을 오롯이 보여주기 위해 전편과 후편으로 갈랐다. 이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세 편의 영화로 나뉘었지만 결국 한 편의 시리즈인 것과 같다.

유비와 손권의 동맹군과 조조의 100만 대군이 적벽에서 각기 명운을 걸고 대결한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라 꼽히는 부분이었다. 오나라 수장 손권과 명장 주유를 비롯해 촉나라 책사인 제갈공명이 조조의 압도적인 군사에 맞서 각종 계략과 지략으로 조조를 물리치는 ‘적벽대전’은 서기 208년에서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이며 동양 최대의 전쟁으로 회자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오우삼 감독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적벽대전'을 평생의 프로젝트로 삼고 차근차근 준비를 거듭해 왔다. 결국 할리우드에 진출해 '페이스 오프'와 '미션 임파서블 2', ‘윈드토커’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스케일과 테크놀러지의 활용을 익힌 오우삼 감독은 마침내 일본과 대만, 중국과 한국의 투자사를 모아 8000만 달러를 마련해 ‘적벽대전’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지난 해 7월 개봉한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 적벽대전의 서곡이었다면 ‘최후의 결전’은 적벽대전의 한복판으로 카메라를 들이밀고 주유, 손권, 제갈공명과 조조 등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이 적벽대전에 임하는 심리를 세세하게 비춘다. 또한 2000년대 선보인 할리우드의 전쟁서사극 ‘트로이’나 ‘킹덤 오브 헤븐’처럼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전쟁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최후의 결전’에서는 조조의 100만 대군을 몰살시킨 화공계를 관객의 눈앞에서 실현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영화의 후반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오나라와 조조의 전쟁 장면은 ‘고대전쟁서사’라는 장르가 이제 더 이상 할리우드의 전유물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히려 중국 특유의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전투 장면의 생생한 느낌은 할리우드의 여느 전쟁영화들과 견주어도 전혀 뒤쳐짐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 한마디로 적벽대전의 불바다를 스크린을 통해 눈 앞에 펼쳐놓은 것이다.

▲ '적벽대전'에서 오나라 명장 주유로 분한 양조위

또한 주유 역을 맡은 양조위와 조조 역의 장풍의의 연기는 영화의 스케일과 규모에 눌리지 않고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대게 영화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배우의 존재감이 약해지기 마련이지만 양조위와 장풍의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다만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의 존재감은 앞서 선보여진 ‘거대한 전쟁의 시작’ 보다 미비하다. 청룡연월도를 들고 후퇴하는 조조와 마주쳤지만 결국 그가 자신을 대우해 준 의리를 생각해 조조를 풀어준 관우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다. 유비 관우 장비는 ‘적벽대전’에서 조연에 불과할 뿐 ‘적벽대전’은 온전히 주유와 조조, 그리고 제갈공명을 위한 영화다. 그런 측면에서 ‘적벽대전’은 적어도 한국 관객들에게는 삼국지의 새로운 이야기이며 나관중의 '삼국지'에 기대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오우삼 감독은 ‘적벽대전’에 대해 “기존의 삼국지 관련 드라마나 영화보다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 삼국지를 재해석한 덕에 주유의 비중이 높아졌다”며 “주유와 라이벌로 묘사되던 제갈량과 관계도 라이벌보다는 동지적 관계로 묘사했고 조조의 인간적인 면 또한 부각시켜 당대 영웅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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