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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 "음악 얻고 글을 잃었다"…부드러움 속 처절했던 음악혼(인터뷰①)

양승준 기자I 2008.12.10 07:36:04
▲ 가수 윤건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그들은 소리 없이 강했다. 방송 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6년 만에 낸 새 앨범은 음반판매 ‘10만장’을 훌쩍 넘겼다. 올 한해 발매된 발라드 음반 중 최다 음반판매 기록이었다. 지난 11월에는 '2008 Mnet KM 뮤직 페스티벌’에서 R&B 음악상을 거머쥐며 그룹의 건재함을 알리기도 했다. 바로 브라운아이즈 얘기다.

서울 효자동의 카페 숲. 유독 겨울 바람이 매서웠던 날, 브라운아이즈의 윤건을 만났다. 윤상의 ‘송 북’에 수록된 ‘가려진 시간 사이로’의 녹음을 마치고 왔다며 카페로 들어 선 그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오늘 어떤 얘기를 하면 될까요?” 라고 묻는 윤건의 말에 ‘언론기피증’ 같은 그에 대한 편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질문에 종교 활동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숲'이란 카페에서 소일거리를 하는 게 전부라고 답한 윤건. "싸이월드 미니홈피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저 원래 컴맹이고 그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미니홈피를 꾸리지 않았다. 그런데 다소 소외되는 느낌도 들고 해서 최근 싸이를 시작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고 근황을 전하는 그에게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날은 추웠지만 볕이 유독 따뜻했던 고즈넉한 오후, 카페의 통유리를 관통한 빛을 온 몸으로 맞으며 그와 허물없이 음악, 그리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 브라운아이즈 나얼과 윤건(사진 왼쪽부터)

◇윤건의 나얼 그리고 리얼 '브라운아이즈' 스토리

윤건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브라운아이즈다. 그에게 브라운아이즈는 생애 가장 큰 성장통을 겪게 한 이름인 동시에 가수로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건은 지난 2003년 나얼과의 불화로 돌연 브라운아이즈의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떻게 올 상반기 3집을 낼 수 있었을까? 가요계 관계자들 사이 나얼과 윤건의 깊은 골은 공공연한 비밀과 같았다.

“우선 우리는 해체 선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중간에 각자 솔로 활동을 하고 있었을 뿐이죠. 물론 나얼과는 음악적인 갈등을 비록해 사소한 마찰이 있긴 했었죠. 그러나 서로에 대한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풀리게 됐고 저나 나얼이나 많은 것을 깨닫게 됐죠. 떨어져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같이 음악을 하겠지라는 생각을 분명 갖고 있었구요.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여러 문제로 인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또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나듯 우리도 자연스럽게…그렇게 된거죠.”

한동안 삐걱거렸던 나얼과의 사이도 이젠 세월이 흐르면서 윤활유가 발라진 듯 부드러워졌다는 게 그의 말이다. 윤건은 “앨범 작업할 때 유독 충돌이 많았지만 이제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대방을 전적으로 믿는 편이다”며 “가령 이번 앨범의 경우 음반 재킷 부분은 미술에 소질이 있는 나얼이 전담을 하고 작곡에 있어서는 내가 좀 더 힘을 실었듯 말이다”고 설명했다. 윤건과 나얼은 현재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으며 틈틈이 봉사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브라운아이즈의 새 앨범이 언제 나오느냐는 것. 윤건은 지금은 어떤 것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직까진 확실히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두 사람의 소속사가 다른 것도 적지 않은 문제구요. 그리고 나얼은 지금 군 복무중이잖아요.”

▲ 가수 윤건

◇음악이 그에게 남긴 상처...'활동중단'의 충동과 '글'에 대한 불편함

지난 1999년 그룹 팀으로 데뷔해 올해로 음악 활동 9년 째를 맞는 윤건. 그에게도 성장통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 9년 간 활동해 오면서 음악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두 번 정도 했다. 한 번은 브라운아이즈 1집을 마치고 2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였고, 마지막은 2집 활동을 마쳤을 때.

윤건은 “사람에게 있어 회의는 치열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 밀려 오는 것 같다”며 “당시는 음악에 대한 열망이나 그런 것을 찾을 수 없었고 일종의 무기력이 나를 지배했다. 그러면서 가수가 아닌 다른 업으로 전향도 생각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고비를 잘 넘긴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음악이 윤건에게 남긴 치명적인 상처는 이 뿐이 아니었다. 가수 데뷔 후 곡 작업에 너무 몰두하고 음악만을 위해 살다보니 윤건에게 '음표'가 아닌 글은 낯선 매개체가 되었다. 글을 쓰는 것에는 무리가 없지만 글을 읽는 데에 있어서는 많은 불편을 겪는 일종의 난독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시작하면서부터 글을 읽는 것이 불편해졌어요. 그래서 만화책도 잘 안보죠. 음악에 너무 집중 하다 보니 음표가 아닌 글을 읽는 것이 언젠가부터 힘들어지더라구요. 아마 음악하는 사람들 중에는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알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래서 미술과 음악 같은 추상적인 매개체들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죠.”

▲ 가수 윤건

◇ "'거울' 같은 여자가 이상형...빨리 결혼하고 파"

이제 윤건의 나이도 어느 덧 서른 하나. 아직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갖고 있는 이성은 없지만 그도 이제 인연을 찾아야 할 때다. 윤건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정말 빨리 하고 싶다”라는 말이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결혼'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금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살 수 있는 지혜로운 여자였으면 좋겠구요. 제가 은근히 모난 구석이 많아서 저를 잘 견뎌내 줄 수 있는 그런 여유있는 여자였으면 해요.”

윤건은 이상형으로 ‘거울 같은 여자'를 꼽았다. 상대방을 통해 나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상대를 배우자로 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조만간 자신의 솔로앨범을 들고 다시 한번 가요계에 문을 두드릴 윤건. "영국 모던록 밴드 '콜드 플레이'처럼 사람에게 감동을 넘어 기쁨을 줄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각오가 지난 그의 역경을 듣고 나니 그리 요원한 일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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