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실적 부진에 잉여현금흐름 적자 아이스먼 "AI 투자 변곡점 다가오고 있어" 금융위기 때와 달리 공매도 주저…"시장 전체와 얽혀"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실적 충격에 12% 급락하면서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해 큰 수익을 거뒀던 월가 투자자 스티브 아이스먼도 “AI 투자가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는 AI 관련 주식의 하락에 직접 베팅하지 않고 있다. AI 투자가 시장과 경제 전반에 깊숙이 얽혀 있어 섣부른 공매도 역시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사진=로이터
2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5분께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3%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8%,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 떨어졌다. 알파벳이 12% 급락하고 캐터필러도 7% 하락하는 등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SOXX는 1% 넘게, 메모리 관련 ETF인 DRAM은 3% 넘게 하락하고 있다.
알파벳은 3분기 매출과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반도체 관련 재고 증가와 유럽연합(EU) 과징금 지급 등이 겹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90억7000만달러(약 12조14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자본적지출 전망치를 1950억~2050억달러로 유지했다.
핵심 수익원인 검색 광고에서도 AI의 역설이 드러났다. 구글의 AI 검색 기능 이용이 늘고 있지만 기존 검색 광고보다 수익화 수준이 낮아 검색 광고 매출 증가세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필리프 쉰들러 구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AI 모드 이용이 빠르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화 수준이 검색 광고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AI 이용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해 유명해진 월가 투자자 스티브 아이스먼이 29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CNBC 방송 영상)
이런 가운데 영화 ‘빅쇼트’에서 배우 스티브 커렐이 연기한 마크 바움의 실제 모델인 아이스먼은 이날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내 포트폴리오를 훨씬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기존 보유 종목 상당수에 대해 주가 하락 위험을 상쇄하는 헤지 포지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험 노출을 훨씬 더 크게 줄였다”면서도 “순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이스먼은 특히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앤스로픽의 기업공개(IPO) 신청 서류에서 최근 매출 증가세를 판단할 핵심 수치가 빠져 있다며 향후 성장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자신이 전달받은 분석을 인용해 앤스로픽의 매출을 컴퓨팅 인프라 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2분기 2.08배에서 3분기 1.7배로 낮아졌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장비 투자에 비해 매출을 창출하는 효율이 악화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아이스먼이 AI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면서도 공매도를 주저하는 것은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 때문이다. 그는 AI 투자가 주식시장과 경제 전반에 깊숙이 연결돼 있어 기술주만 따로 떼어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장 참여자 상당수가 여전히 반대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지만 하락 시점과 규모를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