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습기 살균제 사건' SK케미칼 부사장 구속기소

이승현 기자I 2019.04.01 22:03:07

검찰 출신 ''윤리경영부문장''안전성 보고서 은폐·폐기 관여 혐의
김철 사장 소환, SK케미칼 윗선 수사에 속도
애경산업 전 임원들, 보강수사 후 영장 재청구 결정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원료 공급업체인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현직 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증거인멸 혐의로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을 이날 구속기소했다. 박 부사장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유해성 연구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면서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케이칼 하청업체인 필러물산은 원료 물질인 CMIT와 MIT 등을 공급받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만들었고, 애경산업은 이를 2002년부터 2011년 8월까지 시중에 판매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기존에 국회에 밝힌 것과 다르게 CMIT·MIT 성분의 독성 실험 연구 보고서 등의 자료를 고의로 숨겨왔으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르 폐기한 정황을 포착했다.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은 지난 1995년 서울대 수의과대 이영순 교수팀에 CMIT·MIT 성분의 안전성 검사를 의뢰해 실험 결과를 받았다. 지난 2016년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SK케미칼 측에 해당 안전성 검사 보고서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당시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보고서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SK케미칼을 압수수색, 회사 측이 이 보고서를 보관해 오다가 폐기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원료 물질의 인체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은폐하기 위해 보고서 자료를 폐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을 끝으로 퇴직해 2012년 SK그룹으로 옮겼다. SK케미칼과 SK가스 윤리경영부문장을 맡고 있는 그는 회사의 증거인멸 작업에 관여한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철(59) SK케미칼 사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습기 메이트 제조 당시 SK케미칼 대표이사였던 최창원(55) SK디스커버리 대표와 김창근(69) SK이노베이션 전 이사회 의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대표 등 애경산업 전직 임원 4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지난달 30일 기각됐다. 법원은 제품 출시와 관련해 이들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 및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애경산업 전직 임원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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