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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일출 전 30분, 일몰 후 30분씩 조업시간을 늘렸지만 실제 조업에 큰 도움이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1일 서해 5도 해역의 야간조업을 허용하고 조업범위를 늘렸지만 어민들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장태헌(백령도선주협회장) 서해5도어업인연합회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일출 전·일몰 후 30분씩 조업시간을 늘려 놓고 생색을 엄청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하루 1시간 늘려서는 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용지물에 가깝다”며 “어민에게 도움이 되려면 일출 전 2시간, 일몰 후 2시간은 조업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에서 조업범위가 늘어난 신규어장까지 가려면 4시간 가량 걸린다”며 “고작 하루 1시간 늘려놓고 신규어장에서 조업이 가능하다고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신규어장은 수심이 60~70m여서 기존 어민들이 갖고 있는 수심 40m짜리 어구로는 이 곳에서 고기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백령도 어민들의 어업활동은 일출 30분 전인 오전 5시50분부터 시작됐다. 백령도는 이날 일출이 6시20분으로 서해 5도에서 가장 빨랐다. 연평도는 일출 30분 전인 5시54분 어선 30척이 출항했고 대청도·소청도는 5시57분 29척이 출항했다. 우도는 군사지역으로 어선 출항이 없었다.
야간조업은 북방한계선(NLL) 때문에 정부가 금지령(일출 전·일몰 후 금지)을 내린 1964년 이후 55년 만에 처음 허용됐다. 해양수산부는 남북관계 진전으로 지난달 27일 야간조업 허용, 조업범위 확대를 담은 어선안전조업규정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고 이날 처음 적용했다. 조업범위는 기존 서해 5도 어장 1614㎢에서 245㎢ 늘어난 1859㎢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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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헌 회장은 “이번 조업범위 확대에서 백령도 주변 지역은 제외됐다”며 “백령도 동북쪽이 고기가 많은데 그쪽으로 어장이 늘어나지 않았다. 현재 백령도 동단 800m 조업범위에서 3㎞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원(전 연평도 어촌계장)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도 조업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꽃게나 새우 등을 잡으려면 일몰 후 2시간은 보장해야 한다”며 “일출 전 30분도 짧다. 어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일출 전 한두 시간은 야간조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상 필요하다면 경비정을 추가해서라도 어민의 어업활동을 보장해주기 바란다”며 “북미정상회담 등이 잘 이뤄져 한반도 평화가 앞당겨지고 조업 규제도 다 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평도는 북한 석도 방향 1.5㎞ 지점에 거점을 확보한 중국 어선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 어선들은 연평도와 석도 사이에서 야간에 남북수역을 넘나들며 조개, 새우, 꽃게 등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우리 수역에 불법적으로 들어와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차단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우리 수산자원을 지키기 위해 남북이 힘을 합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수부는 이번 어장 확장으로 어획량이 10% 이상 늘어나 어민 수익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앞으로 남북간의 평화 흐름에 따라 서해 5도 어업구역이 추가 확장되도록 중앙정부와 공조하겠다”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서해 5도 어업인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