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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힘 빠지자 셈법 복잡해진 李…3500억달러 숨통, 핵잠은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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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11.05 21: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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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 상·하원 장악에 한미 경제·안보 협상 새 국면
대미투자 속도조절 여지…트럼프 추가 압박은 변수
핵잠·원자력협정 개정엔 비확산 장벽 높아질 수도
정부는 직접 영향 제한적 판단…초당적 동맹 지지도 기대

[이데일리 김상윤 김인경 황병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힘이 빠지자 이재명 대통령의 셈법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대미투자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돌파구를 찾았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새로운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과의 합의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도 순탄하게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500억달러 투자, 속도조절 여지…트럼프 조급해질 수도

그간 한미 협상의 무게중심은 백악관에 쏠려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워 투자를 요구하면 한국은 통상과 안보 협력을 묶어 돌파구를 찾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회 조사권과 입법권을 쥐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권력 교체가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의 협상 여지를 넓히는 반면 안보 분야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관심은 3500억달러 대미투자에 쏠린다. 한국은 전략산업에 2000억달러, 조선업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공장 건설이라는 성과를 서둘러 보여줘야 하지만 민주당은 사업 선정과 수익배분 구조, 정부 지원의 적절성을 따져 물을 수 있다. 동맹국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도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는 시간을 벌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고 해서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무조건 돈을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조해온 ‘상업적 합리성’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의회의 감독이 강화되면 한국 역시 사업성과 투자금 회수 조건을 충분히 따져볼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엔시날은 사업비 증액에 따른 수익성 확보가, 알래스카 LNG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장기적인 경제성이 관건이다. 사업선정권과 투자금 회수 조건, 손실 부담 구조도 핵심 쟁점이다.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사업 자체를 견제할 이유는 크지 않지만 정부 지원과 사업 추진 절차에 대한 감독은 강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정치적 여유가 조금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순순히 기다려줄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간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더욱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고 대통령의 관세 권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투자 속도를 늦추면 추가 통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회의 견제가 한국에 시간을 벌어주는 동시에 백악관의 조급함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핵잠·원자력협정은 다른 셈법…비확산 장벽 넘을까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협정 문제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다르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추진해 온 핵심 안보 현안들이 민주당 의회의 검증대에 오를 수 있어서다. 특히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는 미국의 핵비확산 원칙과 맞닿아 있다. 백악관이 호의적이더라도 의회가 문제를 제기하면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

핵잠 역시 핵연료 확보와 관련 기술 이전에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기술 통제 문제를 앞세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열리는 듯했던 길이 다시 제도적 장벽과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의회 권력 교체가 협상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양국 행정부 간 협의 단계인 데다 한국의 자체 국방력 강화에 대한 미국 내 초당적 지지가 형성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비확산 원칙을 상대적으로 중시하지만 동맹 협력 역시 강조하는 만큼 협상 난항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회 절차도 반드시 장애물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원자력 협력협정은 적용 법률과 협정 유형에 따라 일정 기간 심의를 거치며, 의회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면 발효될 수 있다. 불승인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이 양원 과반을 확보했지만 거부권을 뒤집을 수 있는 3분의 2 의석까지 차지한 것은 아니다.

윤여철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그의 정치적 유산에 대한 집착과 특유의 거래주의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을 과감한 대미투자와 함께 패키지로 추진해 트럼프 임기 내 조기에 관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핵잠과 원자력 역량을 인도태평양 연합방위의 핵심 공공재로 자리매김시켜 미국 내 초당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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