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거리엔 '10만' 인파 가까이 몰려 '가짜 칼' 등 일일이 확인…경찰 "테러 등 예방" 클럽 직원들 '붉은 경광봉' 들어 경찰과 혼란도 이태원 참사 장소 인근에서는 추모 물결 이어져
[이데일리 염정인 정유진 기자]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밤 서울 홍대와 이태원 일대는 본격적으로 인파가 늘어나면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 당국이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흉기로 오인될 수 있는 코스프레 용품을 집중 단속하는 등 인파 사고뿐만 아니라 강력범죄와 테러 등 각종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일대에 인파가 몰렸다.(사진=염정인 기자)
이날 오후 10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의 인파 밀집도는 ‘약간 혼잡’ 단계를 나타냈다. 현장에 걸린 전광판에 따르면 홍대 관광특구에는 9만 2000~9만 4000명이 모였다. 지난해 같은 시각에는 ‘매우 혼잡’ 단계를 기록한 만큼 올해는 비교적 통행이 원활할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길목에서는 걷기 힘들 정도로 정체되는 구간도 있었다. 보행로 중앙에는 안전펜스가 깔려 인파가 분산될 수 있게 했다.
30일 오후 10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의 인파 밀집도는 '약간 혼잡' 단계를 기록했다.(사진=염정인 기자)
행사 특성상 만화 속 캐릭터를 재현한 복장부터 가짜 피를 묻혀 공포 분위기를 연출한 의상까지 각양각색의 차림이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가짜 전기톱이나 길게 뻗은 장난감 칼을 들고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흉기로 오인될 수 있는 코스프레 소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위험성을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기동대 소속 한 경찰관은 “나무로 만든 장칼 형태의 소품이 있더라”라며 “날 부분을 직접 만져보면서 위험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만난 안모(28·왼쪽) 씨와 하정환(41) 씨의 모습이다.(사진=염정인 기자)
‘코스어’(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도 경찰과 자치구 공무원들의 통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도 핼러윈 데이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이날 텍사스의 ‘유명 전기톱 살인마’를 흉내 낸 하정환(41) 씨는 “7년 내내 코스프레를 하고 핼러윈데이를 즐기고 있다”며 “이태원참사 당일에도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핼러윈데이에 애정이 큰 만큼 장소를 홍대로 옮겨 계속 참여하고 있다”며 “경찰 안내에 최대한 협조하면서 질서를 지키려 노력 중”이라고도 했다. 실제 경찰은 하 씨의 전기톱을 가져가 확인한 뒤 돌려줬다.
만화 캐릭터 ‘블리치’ 분장을 한 안모(28) 씨도 “1년에 딱 한 번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날이라 너무 즐겁다”며 “다만 안전상 우려가 느껴지면 잠깐 실내에 들어가는 등 조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 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지면서 통행로가 일부 막히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안전요원은 “통행 흐름에 방해가 없도록 촬영 등은 정해진 공간에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연신 목소리를 높이면서 “안전거리를 확보해달라”거나 “좌·우측 통행을 준수해달라”고 안내했다.
30일 오후 한 유튜버가 사전 신고되지 않은 행사를 열면서 경찰이 해산 요청을 하고 있다. 현장에는 이미 많은 인파가 몰려 혼란이 발생했다.(사진=염정인 기자)
홍대 레드로드 중앙에서는 한 유튜버가 ‘팔씨름 대회’를 열면서 한때 인파가 몰려 혼란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회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행사는 미리 대비하기 어렵다”며 “인파 통제가 어려워 해산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홍대 클럽거리에서는 일부 클럽 직원이 밝게 빛나는 경광봉을 든 채 호객 행위를 벌여 경찰 등 당국 관계자들과 혼동을 주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제복을 입거나 경찰관 업무를 사칭하는 경우에 한해 단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거리 인근에는 경광봉을 든 클럽 관계자들과 안전 관리에 나선 경찰들의 모습이다.(사진=염정인 기자)
반면 핼러윈데이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에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핼러윈 행사가 열렸다. 특히 거리 곳곳에서는 이태원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30일 이태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추모 꽃을 놓는 모습이다. (사진=정유진 기자)
해밀톤호텔 옆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국화가 놓여 있었다. 한 외국인은 ‘빌보드 이야기’ 전광판에 편지를 붙인 뒤 판을 붙잡고 흐느꼈다. 꽃을 놓고 간 박모(24) 씨는 “지인이 (참사로) 떠났다”며 “매년 추모하러 이태원을 찾는다”고 했다.
‘이태원 기억 담기’ 자원봉사를 했던 박모(32) 씨는 “서울에서 또래들이 아무것도 못 한 채 떠났다는 데 죄책감과 미안함이 있었다”며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유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홍대와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대체로 경찰과 소방 등 관계 당국의 안내에 따르면 질서 정연한 모습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싱가포르 관광객 리엔나 씨는 “(참사가 있던) 이태원은 길이 좁지 않았나. 여기는 넓고 경찰도 보여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원래 계획대로 저녁을 다 먹은 뒤 귀가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전모(20) 씨는 “처음으로 일본인 남자친구와 함께 핼로윈데이를 즐기러 밖에 나왔다”며 “생각보다 경찰관이 많아 걱정스러웠지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처가 빠를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인파 집중이 예상되는 이태원과 홍대뿐만 아니라 성수·명동·익선동 등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총 4594명의 인력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