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100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 원작
한국적 색채로 재해석… K디테일 한가득
라미란, 현실·판타지 넘나드는 홍자 열연
빌런 변신한 이레·신스틸러 고양이 눈길
극장 넘어 OTT 시리즈… IP 활용 좋은 예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영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은 잊고 지냈던 동심을 조용히 깨워내는 작품이다. 아이들과 청소년에게는 상상력 가득한 판타지와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순수했던 시절의 감정과 삶에 대한 작은 질문을 건넨다. 얼핏 어린이 영화처럼 보이지만, 막상 보고 나면 세대 구분 없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 영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의 한 장면.(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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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은 전 세계 1100만 부, 국내 누적 2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기본적인 이야기의 힘은 탄탄하다. 다만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데 집중하기보다 한국 정서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하는 방향을 택했다. 덕분에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낯설지 않은 새로운 매력이 살아난다.
무엇보다 ‘전천당’과 ‘화앙당’의 공간 디자인부터 인물들의 분위기까지 한국적인 색채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일본 원작 특유의 기묘한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한옥의 따뜻함과 한국식 판타지의 정서를 덧입혀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원작 팬이라면 색다른 재미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부담 없는 판타지로 즐기기 충분하다.
영화는 ‘닥터꿀잼’, ‘몬스터드링크’, ‘무지개차’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선에서 보면 충분히 공감 가능한 고민과 성장 이야기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감정을 품고 있다. 친구 관계 속 질투와 욕망, 책임감, 배려와 선택 같은 보편적인 감정들을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 | 영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의 한 장면.(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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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몬스터드링크’ 에피소드는 힘을 갖게 된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지개차’는 우정과 시기심이라는 익숙한 감정을 서스펜스처럼 풀어내며 의외의 여운을 남긴다. 단순한 교훈극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감정을 판타지로 비틀어 보여주는 방식이 꽤 영리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라미란이 있다. 판타지 실사 영화는 관객이 그 세계를 믿게 만드는 배우의 힘이 중요한데, 라미란은 ‘홍자’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신비롭지만 낯설지 않고, 따뜻하면서도 묘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홍자는 라미란 특유의 인간미 덕분에 훨씬 살아 숨 쉰다.
은빛 머리에 한복 차림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조차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건 결국 라미란의 힘이다. 자칫 과장될 수 있는 캐릭터를 한국 특유의 푸근함으로 눌러 담아내며 ‘한국형 홍자’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했다.
 | | 영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의 한 장면.(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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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역시 존재감이 강렬하다. 화앙당의 주인 ‘요미’로 등장한 그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을 만들어낸다. 차가운 분위기와 서늘한 눈빛, 섬세한 감정 연기가 더해지며 극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특히 라미란과 마주하는 장면마다 팽팽한 에너지가 살아난다. 15년 연기 내공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다.
여기에 고양이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실사와 컴퓨터그래픽(CG)을 결합해 구현된 고양이들은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 전체가 동화책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비주얼을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 | 영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의 한 장면.(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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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섭 감독은 영화 전반에 ‘행운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거창한 인생론을 설파하지 않으면서도, 관객 스스로 자신의 선택과 욕망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단순히 “재밌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지금 자신의 삶을 곱씹게 된다.
극장 개봉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공개까지 예정돼 있다는 점도 기대를 더한다. 솔직히 말해 88분의 러닝타임은 이 세계를 즐기기엔 조금 짧게 느껴진다. 극장판으로 세계관의 문을 열고, 이후 시리즈로 확장하는 방식은 지식재산권(IP) 활용의 좋은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봉섭 감독 연출. 5월 29일 개봉. 러닝타임 8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