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권익위원회 위원장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교육부가 진행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 참석해 “교사 면책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현장체험학습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번 간담회는 교육부가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관한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사·학생·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마련했다.
조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교사들에게 돌아온다”며 “교사가 소송에 휘말릴 경우 국가가 소송을 대리하는 ‘국가소송제’도 마련해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부모로 간담회에 참여한 이윤지 씨도 “교사가 안심하고 현장체험학습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사 개인에게만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에 부담을 느끼는 건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약 4년 전 강원도 속초로 현장체험학습을 나간 초등학생이 안전사고를 당하고 이로 인해 교사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난 2022년 11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6학년 3개 학급은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체험학습을 나갔다. 이때 한 학생이 전세버스에서 내려 테마파크로 이동하던 중 주차하려고 움직이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담임교사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학생들을 인솔할 때 반복해서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지 살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깨고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처벌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A씨가 안전사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는 않은 점을 인정했다. A씨는 상고했다가 도중에 취하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선고유예로 감형돼 교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연퇴직 처리되지만 선고유예를 받으면 판결일부터 2년 뒤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한다. A씨의 형량은 줄었지만 이 사건은 교사들에게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줬다.
실제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개선 방안’ 설문 결과 응답 교사 2만 1918명 중 1만 9827명(90.5%)은 현장체험학습에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장체험학습 추진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복수응답 기준으로 초등교사 2만 1812명(49.8%)이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들의 면책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현장체험학습 보완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학교장·교직원이 안전사고에 관한 사전예방조치를 이행하면 현장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안전사고 발생시 학교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사후조치 등을 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사후 대응에 대한 면책만을 담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간담회 이후에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달 중 현장체험학습 보완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사들이 안심하고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라며 “5월 중 현장체험학습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