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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로 한 일” 대가성 부인…3자에 떠넘기기도
6일 열린 국조특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회장, 손경식 CJ회장, 허창수 GS 회장(전경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주요그룹 총수 9명이 출석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최씨가 좌지우지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수십 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출연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총수들은 출연금의 대가성에 대해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당시) 문화 융성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해주는 게 좋은 일”이라며 “아낌없이 지원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 “삼성은 사회 많은 분야에서 지원요청을 받는다”며 “한 번도 무엇을 바라면서 지원하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 역시 “대가성이란 생각을 갖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었다”며 “전경련에서 기업별로 (출연금) 할당을 받아 그대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재벌총수들이 재단 출연금 등 최씨 측에 지원한 자금의 성격을 두고 “대가성이 없었다”, “선의로 했다”고 강조한 이유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뇌물죄 적용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아직 재벌 총수들은 박 대통령 및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압력에 못 이겨 돈을 낸 ‘피해자’다. 하지만 ‘대가성’이나 ‘청탁’이 있었다면 이들이 낸 돈은 뇌물이 되고 총수들은 뇌물공여자로 함께 처벌을 받게 된다. 총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모범 답안을 생각하고 온 것 같다”며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했다’는 답변은 법적으로도 가장 안전하고 기업의 이미지로 볼 때도 가장 좋다”고 말했다.
총수들은 ‘떠넘기기 전략’도 동원했다.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최씨 측에 사업비 70억원을 지원했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고 이인원 부회장 비롯한 해당부서에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정몽구 회장은 최씨가 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일이 없고 기억도 안 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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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수들은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내용과 달리 청와대의 강요나 강압도 언급하지 않았다. 총수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청문회와 동일하게 답변했다면 현재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강요 혐의 입증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기재한 이유도 총수들을 조사하면서 강요나 강압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벌로서는 죽은 권력이라고 해도 굳이 밉보일 필요가 없기에 강요나 강압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며 “또 강요나 강압이 있었다는 진술이 발전되면 뇌물죄와도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에 더욱 말조심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꼭 강요나 강압이 있었다는 진술을 얻지 못했어도 정황이나 증거로 법원을 설득할 수도 있기에 검찰이 공소장에서 상황을 자세히 서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뇌물죄 전문 검사들을 대거 파견 받아 본격적인 기록 검토에 들어간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일찌감치 합류한 팀원들과 함께 청문회를 지켜봤다.
박 특검은 “수사에 참고 될 수 있다”면서 “철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