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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파격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자, 국내 금융시장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국내 원화·주식·채권 가치가 일제히 오르는 ‘트리플 강세’ 양상이 나타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물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밝아진 것이다.
특히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 경제 공동체 형성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추후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금리 하락…원·달러 환율도 내려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 외평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7.46bp(1bp=0.01%포인트)로 전거래일 대비 0.44% 하락했다. 지난달 19일 당시 46.58bp 이후 한 달 여 만의 최저치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와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도 함께 오른다. 이 때문에 부도위험 지표로도 꼽힌다.
간밤 CDS 프리미엄이 하락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하고 국가 신용등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그 기저에 있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 10일(49.38bp) 40bp대로 내려온 이후 13거래일째 40bp 중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시장은 이날 오전 개장과 동시에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 충격을 받았던 서울채권시장은 매수 심리가 커지며 금리가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3bp 내린 2.201%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하락한 건 채권가격이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전거래일과 비교해 3.9bp 내린 2.471%에 마감했다.
장기물도 강세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9bp 하락한 2.700%를 나타냈고, 초장기물인 20년물도 4.6bp 내렸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남북 정상회담이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수 재료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반등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원화 현물 채권을 3000억원 가까이 사들였다.
◇外人 매수…코스피 장중 2500 넘기도
서울외환시장에도 훈풍이 강하게 불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4.3원 하락한(원화 가치 상승) 107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073.7원까지 내렸다. 지난 24일(1067.1원) 이후 최저다. 남북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를 팔고 원화를 매수했다.
원화 가치를 끌어올린 건 주식시장 호조 영향이 컸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날 대비 0.68%, 0.81% 상승했다.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단숨에 2490선 후반에서 상승 출발했고, 장중 2508.13까지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460억원가량 매수 우위를 보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좋은 상황”이라며 “통상 빅이벤트가 있으면 금요일에 일단 팔고 월요일에 다시 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날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지금 상황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남북 정상회담 호재에 환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유입됐다”고 전했다.
장이 끝난 이후 나온 판문점 선언도 시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남북간 신뢰 회복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경제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들이 실제 진전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트리플 강세가 더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