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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싸다더니"…스테이블코인 송금 최대 9% 비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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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08.07 16: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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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앙은행,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첫 스테이블코인 송금 실측
블록체인상 송금 비용 0.4% 불과한데…법정화폐와 환전서 비용 급증
송금시간도 20분 또는 이틀…해당국 실시간 이체 인프라 따라 고무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스테이블코인이 빠르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국경간 송금을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제 송금을 실행해보니 경로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국가들 간에는 0.3%의 비용이 드는 반면 일부 국가들에선 최대 9%에 이르는 높은 비용이 들었다.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 간 환전과정에 비용이 집중됐다. 송금시간도 해당 국가의 실시간 이체 인프라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결국 법정화폐로 환전할 필요가 없도록 스테이블코인 활용도를 높이고 자국 내 이체 인프라를 확충해야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최근 발간한 ‘시장·인프라·지급결제’ 시리즈 제86호 보고서 ‘스테이블코인은 송금에 효율적인가’에 따르면, 알베르토 디 이오리오 등 연구진은 지난 3월24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이탈리아를 축으로 아르헨티나·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아랍에미리트(UAE)·일본을 잇는 10개 양방향 송금 경로에서 각각 200USDC(서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를 실제로 주고받는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송금 비용을 이 같은 방식으로 실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측 결과는 스테이블코인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총비용은 이탈리아→아르헨티나 구간의 0.30%로 낮았지만, 그 반대 방향인 아르헨티나→이탈리아 구간에서는 8.96%까지 늘어났다. 주요 20개국(G20)과 유엔이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내건 송금비용 3% 목표를 크게 밑도는 결과와, 현재 전 세계 평균 송금비용(6.4%)을 훌쩍 웃도는 경로가 한 실험 안에 공존한 셈이다.

주요 송금 경로별 스테이블코인 송금 비용 및 송금업체 와이즈의 송금 비용 비교
주요 송금 경로별 스테이블코인 송금 비용 및 송금업체 와이즈의 송금 비용 비교
세계은행 ‘세계 송금가격(RPW)’ 통계와 비교하면 스테이블코인이 우세한 곳이 많았다. 브라질(9.96%→2.21%), 남아공(15.23%→5.44%), 이탈리아(8.45%→3.69%)에서 모두 비용이 낮았다. 그러나 글로벌 송금업체(MTO) 와이즈(Wise)와 같은 구간·같은 금액으로 비교하자 우열은 3승 4패로 뒤집혔다. 연구진은 “스테이블코인이 체계적인 비용 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며, 효율성은 특정 경로와 취급업체 선택, 입금 수단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결론냈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개념은 이른바 ‘스테이블코인 샌드위치’다. 국경 간 송금은 △송금인의 법정화폐 입금(펀딩) △스테이블코인 매수 △블록체인 전송 △수취인의 매도 △은행계좌 출금 등 5단계로 이뤄지는데, 정작 값싸고 빠른 블록체인 전송은 두 겹의 법정화폐 환전 과정 사이에 ‘끼어 있는’ 속재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송금 경로와 '스테이블코인 샌드위치' 구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경로와 '스테이블코인 샌드위치' 구간
실측 결과가 이를 입증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한 온체인 전송 비용은 전 구간 평균 0.4%, 브라질→이탈리아 구간에서는 0.01%까지 떨어졌다. 반면 법정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온램프와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오프램프에서 비용이 크게 불어났다.

특히 UAE→이탈리아 구간에서는 송금인이 현지 은행계좌가 없어 신용카드로 입금할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서만 6.17%(카드 수수료 3.8% 포함)가 부과되며 총비용을 9% 가까이로 높였다. 가상자산 거래소별로 제각각인 출금 수수료도 소액 송금일수록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속도 역시 블록체인이 아니라 각국 지급결제 인프라가 결정했다. 온체인 전송은 8개 구간 중 7개에서 15분 이내에 끝났다. 문제는 온체인 전송 전후였다. 이탈리아(TIPS), 브라질(PIX), 아르헨티나(Transferencias 3.0) 등 실시간 이체 시스템을 갖춘 나라에서는 입·출금이 1분 안에 처리돼 전 과정이 20분 내에 종료됐다. 반면 일반 계좌이체에 의존하는 남아공 구간은 1~2영업일이 걸려, 기존 전신환 송금과 다를 바 없는 소요시간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스테이블코인 송금과 국내 실시간이체 인프라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며 “국내 지급결제 인프라 투자가 곧 스테이블코인 국경 간 송금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각국 실시간 이체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상호 연계(interlinking)’ 방식과 스테이블코인이 경쟁 구도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규제 설계가 비용과 실행 가능성을 좌우하는 ‘1차적 결정 요인’이라는 점도 짚었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이다. 규제상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국내 사업자가 사실상 한 곳뿐인 데다 해외 거래소로의 직접 전송이 막혀 있어, 연구진은 개인지갑을 중간 단계로 끼워 넣고 한도 제한 탓에 송금을 여러 번 쪼개야 했다. 비용 자체는 1.3~1.6%로 낮았지만 “일반 소매 이용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복잡성이 아니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실제 엔화 기반 거래가 전 세계 법정화폐-가상자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중반 60%에서 2024년 4%까지 쪼그라들었다.

아르헨티나 사례는 통계 해석의 함정을 보여줬다. 이탈리아→아르헨티나 구간의 0.30%라는 낮은 비용은 기술적 효율성이 아니라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의 괴리에서 나왔다. 현지에서 USDC를 팔았을 때 적용된 이른바 ‘달러 크립토’ 환율이 중앙은행 공식 소매환율보다 3%가량 높았던 덕분에 매도 단계에서 -2.64%의 마이너스 비용이 잡힌 것이다. 연구진은 “복수 환율제 아래에서 측정된 비용은 결제수단의 특성이 아니라 외환제도의 왜곡을 반영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연구진은 “법정화폐로 되바꿔야 하는 온·오프램프 요건이 스테이블코인 효율성의 최대 제약”이라면서도, “재화·서비스나 임대료·학비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할 수 있게 된다면 경제적 이점은 훨씬 커지겠지만, 이미 달러 수요가 강한 경제에서는 달러화 압력을 강화해 통화주권과 금융안정에 상당한 함의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파이낸셜 얼라이언스의 멜프레드 카사마 라나리오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지만, 결국 시스템 밖으로 돈을 꺼내기 위해 다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수취인이 즉시 법정화폐로 환전할 필요가 없을 때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만큼, 가맹점과 공급업체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받아들이고, 결제·정산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돼 매 거래마다 다시 법정화폐로 환전할 필요가 없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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