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오르면 팔지 말라, 내리면 사달라”…국민연금은 증시 '호구'일까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지영의 기자I 2026.07.22 23:51:04
ai번역
  • 영어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코스피 상승 땐 ‘매도폭탄’ 우려, 하락 땐 ‘구원투수’ 기대
김성주, 이달 두 차례 SNS 통해 국민연금 책임론 반박
“기승전 국민연금?”…“증시 부양이나 주가 방어 위한 것 아냐”
단기 지수 방어 아닌 국민 노후 위한 장기 수익이 본질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코스피가 상승할 때는 매도 자제를, 증시가 하락할 때는 지수 받침목 역할을 요구받는 등 국민연금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와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향방에 따라 국민연금을 원인이자 해법으로 소환하는 시장의 모순된 태도가 반복되자, 연금 수장이 직접 나서 증시 부양은 기금운용의 목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승전 국민연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국민연금의 투자는 증시 부양이나 주가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며, 증시 안전판이나 증폭기 역할을 하기 위한 투자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수익성·안정성·공공성 등 6대 원칙에 따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며 "국내외 다양한 자산에 장기 분산 투자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성과를 국민에게 노후 연금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기금운용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요즘처럼 시장이 큰 폭으로 등락하는 높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투자자로서 긴 호흡과 장기적 안목에 입각해 투자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시장의 단기적 움직임에 따라 투자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위해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역할은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위해 장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오르면 팔지 말라, 내리면 사달라”…국민연금은 증시 '호구'일까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을 둘러싼 시장의 요구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낸 것은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일에도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된 '74조 원 매도 폭탄론'을 두고 "터무니없는 숫자"라며 직접 반박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을 7월부터 재개했다. 지난 5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리밸런싱 규칙을 개정해 점진적으로 시행하도록 정비했음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코스피 상승에 따른 대규모 매도 압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김 이사장은 “말 그대로 ‘리밸런싱’은 재조정”이라며 “저울이나 시소를 떠올리면 한쪽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기울어졌을 때 무거운 쪽을 조금 덜어내거나 가벼운 쪽에 조금 더 얹어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무겁다고 크게 덜어내면 또 어긋나기 때문에 조금씩 정교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리밸런싱은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전략은 주가 수준뿐 아니라 채권, 대체 등 다른 자산의 수익률, 주가 변동성, 금리, 환율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랐다고 바로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떨어졌다고 바로 사들이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연금 수장이 이례적으로 계속 연금을 방어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국민연금을 상시적 증시 부양 수단으로 취급하는 시장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 우려에서 추가 매수 여력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리밸런싱 재개 발표 당시에는 매도 자제를 압박하던 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자 지수를 떠받쳐주기를 기대하는 ‘구원투수론’을 꺼내든 것이다. 상승기와 하락기를 가리지 않고 국민연금을 증시 부양이나 지수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장의 편의주의적 요구가 또다시 드러난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연기금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기금 운용의 본질을 외면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승기에는 리밸런싱 매도를 증시 상승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하락기에는 지수 방어를 이유로 자금 투입을 기대하는 등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에 증시 부양이나 관리 역할을 기대하는 인식 자체가 동일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분산된 장기 투자 기관이다. 단기 지수 방어를 목적으로 인위적인 매매가 반복될 경우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이 흔들리고,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수익 관리 체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시장의 단기 수익이나 지수 관리를 이유로 연기금을 증시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요구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국민 노후자금의 장기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증시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거래 규모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과 별개로, 시장 충격 완화와 증시 부양 책무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국민연금은 특정 지수대를 지키는 증시 방어용 펀드가 아니라 가입자의 노후를 지키는 장기 자산운용 기관"이라며 "단기 순매수 규모나 코스피 방어 여부로 연기금을 평가하려는 시장의 강요에서 벗어나, 장기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중심으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