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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재판소원제에 대해 “실질적 4심제”라며 “소송 지옥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헌재가 ‘4심제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포장하든 4번째 재판을 전제로 하고 있고 헌재서 임의로 사건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상소율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 재판소원제로 서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소송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은행에서 2017~2020 세계사법기구 평가에서 대한민국 사법부가 사이에 1위 두 번, 2위 두 번을 했다”며 “국민들에겐 재판 신속성·공정성·저비용이 정말 중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민주당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통해 재판소원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판소원제 도입은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고, 사법권을 법원에 귀속하고 있는 만큼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재판 자체가 현재 헌법에 위배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지난 8월 임명된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4심제라는 보도나 지적은 재판소원제의 부정적 평가라고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은 사실 확정과 법률 적용을 하는 것이고 헌재는 헌법 해석과 기본권 관련 심리를 하는 것”이라며 “법원 재판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4심제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손 처장은 연간 4만건에 달하는 상고심 사건수를 고려할 때, 이들 사건들이 재판소원 대상이 될 경우 ‘업무 폭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건 폭증으로 인한 행정 부담을 부정하진 못한다”면서도 “어렵지 않게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헌재가 37년의 경험을 통해 헌법소원의 심사 기준을 확립했다. 재판소원도 헌법소원의 유형”이라며 “헌법소원 재판부는 여러 가지 심사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과 헌재는 ‘최고 법원’ 지위를 두고 헌재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경쟁을 해왔다. 1987년 민주화의 산물로 탄생한 헌재는 10년 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행정수도 관습헌법 위반 결정으로 단숨에 대법원에 필적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헌법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고 있고, 법령 해석권 역시 사법부에 있다. 하지만 헌재가 특정 내용의 해석·적용이 될 경우에 한해 위헌성을 판단하는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두 기관 간의 갈등은 지속됐다.
헌재는 “한정위헌결정도 기속력이 인정되는 법률 위헌결정에 해당하고, 그 결정은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기속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에 대해선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며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고 일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