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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라판이 불탔다…카타르, 한국 포함 4개국 LNG 공급 '불가항력' 공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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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잉크 기자I 2026.03.24 23:57:49
카타르에너지가 24일 한국을 포함한 이탈리아·벨기에·중국과의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세계 최대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 산업도시의 핵심 시설이 파괴되면서 계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피해 규모는 충격적이다. 지난 18~19일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카타르 전체 14개 LNG 생산 라인 중 S4·S6 두 곳과, 2개의 가스액화연료(GTL) 시설 중 1곳이 직접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연간 1280만 톤, 전체 수출 역량의 17%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카타르에너지 CEO 사드 알카비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복구에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적대 행위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된 시설의 건설 비용만 260억 달러, 연간 매출 손실은 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알카비 CEO는 “이웃 무슬림 국가로부터, 그것도 라마단에 이런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참담함을 드러냈다.

피해는 LNG에 그치지 않는다. 카타르의 콘덴세이트 수출은 24% 감소하고 LPG는 13%, 헬륨은 14%, 나프타와 유황은 각각 6%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석유화학과 첨단산업 전반으로 수급 불안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Shell과 TotalEnergies도 즉각 자사 고객들에게 불가항력 통보를 발송했으며, ExxonMobil은 피격된 LNG 트레인 S4에 34%, S6에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유럽 TTF 천연가스 선물은 초기 뉴스 발표 이후 50% 이상 폭등했으며, 아시아 현물 LNG 가격(JKM)도 MMBtu당 25~26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한국은 연간 900만~1000만 톤의 LNG를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주요 수입국으로, 이 중 장기계약 물량이 연간 610만 톤에 달한다. 특히 한국가스공사(KOGAS)는 피격된 트레인 S6와 연계된 장기계약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적인 공급 차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다만 정부와 가스공사는 즉각적인 공급 위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카타르 의존도를 전체 LNG 수입의 14.9%까지 낮췄고, 올해 말 210만 톤 장기계약이 종료되면 내년에는 비중이 8% 수준으로 더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수급과 가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카타르산 수입이 ‘0’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미국·호주산 대체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불가항력이 실제로 발동돼 5년치 장기계약 물량이 차단되면 부족분을 장기계약보다 훨씬 비싼 현물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산업계는 물론 일반 가정의 가스요금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콜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 이라 조세프 연구원은 “카타르가 시장에 복귀하는 시점을 2026년 중반 이전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그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가 중동 에너지 의존 구조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낸 만큼,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켓잉크 장경호 기자btom@market-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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