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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봉쇄도 못막은 이란산 원유…인니서 '유령 환적' 2200만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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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5.08 14:10:09

WP "美 역봉쇄 이후 인니 인근서 환적 13척 확인"
환적량 2200만배럴, 20억달러 이상…대부분 중국행
美 ''그림자 함대'' 단속 확대…인도양서 2척 나포
이란, 말라카 대신 ''롬복'' 우회 등으로 제재 회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역봉쇄에 들어간 이후에도 이란산 원유가 은밀하게 중국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혔지만 봉쇄 이전에 빠져나온 원유들이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을 통해 우회 판매되며 이란 정권의 자금줄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AFP)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위성영상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16일부터 인도네시아 리아우 군도 인근에서 최소 13척의 유조선이 이란산 원유를 옮겨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13일부터 해상 역봉쇄를 시작했다.

위성영상에는 이란 국기를 달고 원유를 가득 채운 유조선 6척이 빈 유조선 6척과 나란히 정박한 모습이 담겼다. 가짜 깃발을 달거나 운영 주체가 불분명한 채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 7척도 다른 빈 선박들 옆에 자리 잡은 모습이 추가로 포착됐다.

원유 추적 전문업체 탱커트래커스는 이들 13척이 약 2200만배럴 분량의 이란산 원유를 환적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시세 기준 20억달러(약 2조 9300억원)를 웃도는 규모다. 원유를 가득 싣고 있던 유조선들이 환적 후 비워지고, 반대로 빈 유조선들이 원유를 가득 채운 상태로 바뀐 모습도 위성영상으로 확인됐다.

리아우 군도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천킬로미터(㎞)나 떨어진 곳,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오랫동안 이란산 원유의 출처를 흐리는 환적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을 큰 폭의 할인가에 사들이고 있으며, 이는 이란 정부 예산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글로벌 정보분석업체 크플러는 리아우 군도 인근에 떠 있는 이란산 원유 비축량이 약 4200만배럴로 지난 2월 초 약 9000만배럴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크플러는 보고서에서 “당장은 물량이 있지만 새 보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은 봉쇄 사흘 뒤 이란 수출 차단 작전을 중동을 넘어 인도양·태평양으로 확대했다. 미 당국자들은 위치와 무관하게 이란과 연계되거나 이란 정부에 도움이 될 만한 화물을 실은 모든 선박을 정선·검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주 전 미군은 인도양에서 유조선 티파니호와 머제스틱X호를 나포했다. 두 선박 모두 최근 리아우 군도 인근에서 환적에 가담한 이력이 있고 나포 당시 이란산 원유를 꽉 채운 상태였다고 탱커트래커스는 전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나포 직후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이란 선박과 ‘다크 플리트’(Dark Fleet·제재 회피용 그림자 함대) 소속 선박들에 대한 유사한 해상 차단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유조선들은 나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항로도 바꾸고 있다. WP에 따르면 지난주말 리아우 군도로 향하던 것으로 보이는 이란 유조선 2척이 평소 사용하던 말라카 해협 대신 호주 방향으로 며칠간 남하한 뒤 발리 인근 롬복 해협으로 우회해 북상했다. 말라카 해협은 통항 시 위치 발신이 의무화돼 있어 평소에는 위치 추적기를 끄는 다크 플리트 선박들의 동선이 잠시나마 노출되는 구간이다.

크플러는 “롬복은 즉흥이 아니라 의도적 적응 전략의 다음 단계”라고 진단했다. 윈드워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이란산 원유를 가득 실은 대형 유조선이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지 않은 기간이 10일에 달해 개전 이후 최장 공백을 기록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미군의 강력한 봉쇄로 50척 이상의 선박이 회항하거나 항구로 돌아갔다. ‘이코노믹 퓨리’(경제적 격노) 작전의 압도적 성과”라며 “이란 경제는 완전히 마비됐고, 협상단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협상 카드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적이 적발된 선박들이 확대된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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