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도 ‘재정확대 필요’에 동참…"한국판 '세개의 화살' 쏴야"(종합)

김상윤 기자I 2016.12.07 17:40:11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박종오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재정확대 목소리’에 동참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신(新) 정부, 탄핵 정국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인하, 규제완화는 물론이고 충분한 재정 확대까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리스크를 부분적이나마 완충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마치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한 없는 양적 완화·재정 확대·규제 철폐 등 패키지 경제 정책을 추진했던 것처럼 한국판 ‘세 개의 화살’을 ‘경기 급락 방어’라는 과녁을 향해 쏴야 한다는 얘기다.

◇IMF·OECD에 이어 KDI도 “돈 풀어라”

KDI가 7일 발표한 ‘2016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정책방향 권고 중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재정정책’이다. 지난 5월 ‘2016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을 때 재정정책은 ‘재정건전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는 보수적인 기조였다. 부실기업에 대한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을 활용하지만, 재정규율 강화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KDI는 “대내외 충격으로 경기하방압력이 높아질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표현을 집어넣었다. 특히 400조5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은 총지출이 올해 본예산보다 3.65% 오르며 증가율이 높게 설정돼 있지만, 의무지출의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제한적이라고 봤다. 최근 세수가 급증하면서 재정수지도 비교적 큰 폭으로 개선할 것으로 본다면 정부가 재정여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요인이 커지고,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성장세가 비교적 큰폭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본 셈이다. 재정확대 주장은 앞서 IMF와 OECD가 한국의 재정여건을 감안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4%로 전망했지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했을 때 2%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하방압력을 줄이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내년 본예산이 확정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추가로 늘릴 수단은 제한적이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전망에 대응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따져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예정”이라며 “재정정책도 그 중 하나”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탄핵정국에 컨트롤타워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KDI는 우선적으로 재정집행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대응하되, 1분기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상반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부장은 “내년 본예산이 막 통과된 터라 곧바로 추경 편성을 하기는 어려운 만큼 재정집행률을 높이되, 필요하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늘린 정부 지출은 실업 급여 인상, 사회 안전망 강화 등 경기 한파의 직격타를 맞는 실직자와 취약 계층 지원에 투입하자는 것이 KDI의 권유다.

그는 “최근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은 국가 간 소득 격차를 넘어 내부적인 불평등 문제가 부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의 경제사회적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재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내리고, 대출 규제는 강화”

KDI는 한국은행이 글로벌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을 우려하기 보다는 경기 하방 압력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도 더 내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내 통화정책은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달리 국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등 우려는 대출 규제를 통해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TV(주택담보 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2014년 최경환 경제팀의 완화 조치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1300조원을 사실상 넘어선 가계부채가 폭등할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활용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 부장은 “가계부채 규제로 주택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보다는 정책 우선순위를 한국 경제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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