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1억원) 둘째 날, 황재민(36)의 경기력을 지켜본 선수들 사이에서 나올 법한 반응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평균 초속 5~8m의 강풍이 불었다. 바람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2클럽 이상 거리 차이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경기 조건이었다. 하지만 황재민은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쓸어 담는 맹타를 휘두르며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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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언더파 66타는 황재민이 이번 시즌 작성한 두 번째 개인 최소타 라운드다. 지난 8월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3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기록한 데 이어 가장 좋은 스코어를 냈다. 9월 골프존 오픈 3라운드에서도 66타를 쳤지만, 당시 코스는 파71이어서 5언더파였다.
특히 이날은 강한 바람 탓에 대부분의 선수가 타수를 줄이는 데 애를 먹었다. 황재민은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낮은 탄도의 샷을 구사하고, 무리한 공략보다는 상황에 맞춰 안전하게 플레이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13번홀(파5)에서 나온 샷 이글이었다. 약 49야드를 남기고 세 번째 샷으로 친 공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바람을 잘못 계산한 것이 오히려 행운으로 이어졌다.
황재민은 “두 번째 샷을 할 때 맞바람을 예상해 유틸리티 클럽으로 짧게 끊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공이 뒷바람을 타고 그린 앞까지 갔다”며 “그다음 샷이 홀에 그대로 들어가면서 이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아웃코스에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 운도 좋았고 샷도 좋았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다”며 “어제도 전반에 버디 3개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제주의 강풍에 대비한 준비도 효과를 봤다. 황재민은 “지난주부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낮게 치는 샷을 연습했는데, 이번 경기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KPGA 투어에 데뷔한 황재민은 이번 대회가 통산 212번째 출전이다. 15년 가까이 투어에서 활동했지만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은 KPGA 파운더스컵 공동 6위이고,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은 2017년 카이도오픈 준우승이다.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황재민은 2019년 DGB금융그룹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노렸다. 당시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출발할 정도로 우승 가능성이 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는 “2019년 아들이 태어났고, 그해 DGB금융그룹 오픈에서 최종일 챔피언조로 출발했다”며 “우승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어느 순간 순위가 쭉 내려가 있었다. 평소처럼 경기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잘 안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첫 우승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기회지만 우승이라는 결과를 의식하기보다 눈앞의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2타 차 선두로 최종일 우승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황재민은 “오늘 경기는 내가 생각한 대로 잘됐다”며 “내일 핀 위치를 보고 전략을 잘 짜야 할 것 같다. 안전하게 공략하되 찬스가 오면 꼭 잡는 방식으로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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