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절 담았던 해외 자산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 고환율 직격탄에 노출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문제는 악재가 단순히 중첩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금리 시절 공격적으로 조달했던 차입금이 만기를 맞아 고금리로 갈아타면서 이자 부담이 수배로 불어난 가운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약정 위반까지 터지며 현금흐름이 사방에서 막히는 구조적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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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고…400억 못 갚아 회생신청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전날 400억원의 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도 함께 신청한 상태다. ARS는 법원의 지도와 감독 하에 채권단과 자율 협의를 통해 기업 정상화를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기간에는 회생절차 개시가 보류되는 만큼 채권자들과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로 한국신용평가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사채 등급을 'BB+'에서 'C'로, 단기사채 등급을 'B+'에서 'C'로 각각 낮추며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회생절차에 돌입한 것은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가치 하락에 따른 LTV 약정위반 영향이 크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벨기에 자산 선순위 담보대출 LTV는 약 61% 수준으로 대출 약정 기준인 52.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약정 위반이 발생하면서 임대료 수익은 배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별도 계좌에 묶이는 캐시트랩 상태에 놓였다.
조달 비용 부담도 급격히 불어났다. 초기 편입 당시 7억2390만 유로 규모 담보대출을 연 1.05% 고정금리로 조달했지만, 2024년 말 만기 도래 이후 4.4% 금리로 차환되면서 연간 이자비용이 1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로 급증했다. 배당 재원이 크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향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출 약정상 LTV 기준이 내년 52.5%에서 50%로 추가 하향(Step-down)되기 때문이다. 올해 자산 매각이나 차환을 통해 약 1400억원을 상환해 기준을 맞추더라도, 자산가치 반등이 없다면 추가 원금 상환이 불가피한 '구조적 덫'에 놓인 셈이다.
전세완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자금동결 사유가 발생하면 향후 벨기에 자산에서 나오는 임대료 중 필수 비용을 제외한 잔여 금액이 대주 통제 계좌로 이체돼 선순위 대출의 의무적 조기상환에 쓰이게 된다"며 "이로 인해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해외자산 편입 리츠, 잇달아 캐시트랩 위기
이같은 문제는 제이알글로벌리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 자산을 편입한 상장 리츠 전반에서 유사한 재무 약정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 KB스타리츠는 2022년 자산 감정평가금액 하락으로 LTV가 기준치를 초과하며 캐시트랩 위기를 겪었다. 이듬해인 2023년 추가 자금을 투입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역시 2024년 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 등 해외 자산 가치 하락으로 LTV가 77.5%까지 치솟으며 대출 약정 기준(70%)을 초과했다. 캐시트랩 조건이 발동되면서 임대료 수익 배당이 제한됐고, 결국 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저금리 시절 헐값에 조달했던 회사채와 차입금이 되레 독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1%대 초반의 금리로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해외 자산을 공격적으로 담았던 구조가 금리 급등과 자산가치 하락이 맞물린 현재 국면에서 유동성을 되레 급격히 고갈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LTV가 상승하면 배당 재원이 묶이는 캐시트랩이 먼저 작동하고, 차환 시점에는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이자 부담까지 급증하면서 내부 현금은 줄고 외부 유출은 늘어나는 '역방향 레버리지' 구조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3개월 단위로 단기 차입을 통해 차환해오다 지난 2일에는 보름, 17일에는 열흘로 만기가 짧아지며 상환 부담이 커졌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만기가 짧은 사채를 통해 자금을 융통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자금 확보 창구가 막혀 유동성이 고갈됐다는 의미로, 크레딧 시장에 결코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없다"며 "과거 저금리 기조 속에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던 리츠들이 고금리 장기화라는 거시적 환경 변화에 구조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결국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신용 경계감이 커지는 현 국면에서는 우량 리츠와 비우량 리츠 간 조달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개별 자산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외부 충격을 방어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재무 융통 능력이 리츠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