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제정 100돌 맞아 '한글 마케팅' 열풍 롯데웰푸드·이디야·빙그레·파리바게뜨 한정판부터 팝업·굿즈·광고까지 봇물 단순한 언어 넘어 한글 'K헤리티지' 부상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식품업계가 한글을 앞세운 마케팅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제품 패키지에 한글 서체를 입히는 것을 넘어 브랜드명과 모바일 앱, 팝업 공간, 해외 광고까지 한글 활용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글 자체가 한국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드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글날 기념 롯데리아 홍대점 매장 이미지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280360)는 국립한글박물관과 협업해 대표 장수 브랜드인 ‘에이비씨(ABC) 초콜릿’의 한글 한정판을 선보였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제품이다. 패키지에는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인 국내 최초 순한글 세계 지리 교과서 ‘사민필지’ 초판본의 본문 서체를 적용했다. 제품 속 초콜릿도 기존 알파벳 모양 대신 자음과 모음 등 총 44종의 한글 모양으로 구성했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직접 단어를 만들어볼 수 있어 놀이 요소로 확장했다.
롯데리아는 한글과 ‘맛’의 접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달 11일까지 홍대점과 잠실롯데월드몰B1점, 서울역사점에서 ‘맛깔리아-한글날 제정 100돌 잔치’ 팝업을 운영한다. 자체 서체인 ‘리아체’와 한글 조형물을 활용해 공간을 꾸미고 ‘달보드레’, ‘와구와궁’, ‘두룸탱탱’ 등 순우리말과 자체 표현으로 8가지 맛과 식감을 표현했다. 한글의 풍부한 표현력을 롯데리아의 핵심인 ‘맛’과 연결해 브랜드 경험으로 풀어낸 것이다.
한글을 활용한 소비자 접점도 확대했다. 이디야커피는 이달 31일까지 모바일 멤버십 앱 ‘이디야 멤버스’의 아이콘과 로고를 한글로 변경한다. 음료 크기와 온도 등을 표시하는 외국어 표기도 한글로 바꾸고, 매장에는 한글날 기념 종이컵과 컵홀더를 선보인다. 9~15일 고객이 좋아하는 이디야 음료에 우리말 이름을 붙이는 ‘우리말 작명소’ 이벤트도 연다.
국내 마케팅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에선 한글을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빙그레(005180)는 순우리말 브랜드 ‘따옴’을 앞세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한글 광고를 선보인다. 현지시간 8일부터 9일까지 공개되는 광고에는 ‘자연에서 갓 따옴’이라는 기존 슬로건을 활용해 ‘자연에서 갓 따옴, 한글에서 갓 따옴’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순우리말 브랜드 ‘따옴’이 ‘2026년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 선정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기획됐다.
롯데웰푸드 국립한글박물관 협업 ‘에이비씨 한글 한정판’
파리바게뜨 역시 한글과 한국적 정체성을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접목하고 있다. 건강 베이커리 브랜드 ‘파란라벨’을 해외에서도 한글명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브랜드 비전인 ‘K파바’와 한국어 인사말 ‘안녕’을 활용한 캠페인도 전개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안녕(ANNYEONG)’ 캠페인을 통해 K푸드와 K베이커리를 소개하고, 국내에서는 훈민정음 디자인과 전통 문양을 활용한 패키지를 선보이는 식이다.
업계가 한글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높아진 K컬처의 위상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한글 마케팅이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념일성 이벤트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K팝과 K드라마, K푸드의 인기가 확산하면서 한글 자체가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한국적인 디자인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글을 제품에 접목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출신과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한글이 이제 단순히 제품명을 표기하는 문자에서 벗어나 한국의 문화와 감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며 “K푸드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는 만큼 한글을 브랜드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GRS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국제구호개발 NGO 기아대책과 함께 국내 거주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한글·진로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한국어 교재와 자석 글자, 낱말 카드 등 한글 교육 교구를 지원하고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전국한우협회와 협력해 지원 대상 아동 970명에게 롯데리아 ‘한우불고기 버거’ 교환권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