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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내년까지 버티나 말이다(웃음). 보좌관의 능력은 좋아하는 분야 하나만 있으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사람과 만나서 의사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철호 보좌관 / 원유철 의원실)
지난 10일 낮 1시,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2층 시민정치원 강의실에서는 30명의 청년들이 정치 배움에 열중이었다. 한국당 ‘청년정치캠퍼스Q’의 실무를 맡고 있는 강현구 한국당 청년국 부장은 “지난달 20일 입학식 이후 4회차 수업을 맞았다”며 “수강생들의 학구열이 생각보다 훨씬 뜨거워서 매주 놀라고 있다”고 귀띔했다.
청년정치캠퍼스Q는 한국당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청년 정치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말 모집을 시작해 면접전형을 거쳐 총 3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매주 토요일, 내달 8일까지 총 8회차의 수업을 들으며 정치 전반의 이론과 실무를 배우게 된다. 강 부장은 “당 분위기가 좋지 않아 지원자가 적을 줄 알았는데 100여명이 신청해 고무적이었다”며 “일반 직장인부터 대학생·농부·사업가·변호사·회계사 등 직업도, 연령층도 다양한 지원자가 선발됐다”고 말했다.
“기존 프로그램 단기성·이벤트성…고심 끝 준비”
한국당 계열의 정치 아카데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캠퍼스 학장을 맡은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기존에도 교육 강좌가 있었지만 단기성·이벤트성이었고 내용도 부실했던 게 사실”이라며 “제대로 된 정치강좌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결과가 이번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의에서 만난 수강생 김대훈(35) 씨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지원 동기라고 했다. 김 씨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관계 개선안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하지만 주변 청년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어 말을 하기 어려웠다. 이곳에서만큼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심한 배려도 이어졌다. 시간부터 주요 정당이 그간 고수했던 평일 저녁이 아닌 토요일 낮으로 옮긴 것. 시간대를 바꾸면서 경북 김천, 울산 등 비수도권에 사는 지원자도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이날 김천에서 영등포까지 온 박인호(37) 씨는 “보수가 위태롭지만 지방에서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미비하다”며 “보수의 가치를 느끼면서 적립할 기회를 얻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4회차를 맞은 이날 첫 번째 수업은 이철호 보좌관의 ‘입법·정책과정에 대한 이해’로 진행됐다. 이 보좌관은 직접 만든 강의자료와 함께 입법 정책 과정의 이론과 실제를 설명했다. 이 보좌관은 “‘헌법개정’, ‘조약비준동의권’ 같은 용어가 체감은 되지 않겠지만 실제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나오는 뉴스”라고 구체적 내용을 설명했다.
수강생 “토론과 피드백이 오가 만족”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수강생들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한국당이 입법발의를 한다면 △입법과정 간소화 방안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는 법안의 종류 △남북협력기금과 북한 현대 철도화 사업 등 질문을 던졌고, 질의응답은 40분 넘게 이어가 뜨거운 학구열을 체감케 했다.
이어진 시간에는 수강생별로 조를 짜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진행했다. 특히 조별로 △정무위 △과기정통위 △국방위 △행정안전위 △환경노동위 등을 담당해 소관 상임위별 현안 문제를 토의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정당의 강의 프로그램을 들었다는 수강생 함관헌(29) 씨는 “예전 일회성 프로그램에 참석해봤지만 쌍방향이 아니라 수동적 강의가 이뤄졌다”며 “(정년정치캠퍼스Q는) 이론 강의에 더해 실제 토론과 피드백이 오가며 입법과정을 배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강의에는 김병준 당 비상대책위원장, 박형준 전 국회의원, 신보라 의원,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등이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신 의원은 “각 정당이 ‘청년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청년정치캠퍼스Q는 이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나온 수요자 중심 프로그램이다. 정치적 접근이나 단순한 명사초청 특강이 아닌 제대로 된 시민정치 강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