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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우선은 안정'…2000억달러 현금 투자 부담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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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5.10.30 17:36:39

‘깜짝 타결’에 환율 급락…10년 분할 납부 호재
대미투자 장기 부담…달러 수급 불균형 우려 여전
‘서학개미’ 환율 안정 관건…국내 투자 유인책 필요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전격 타결되며 외환시장이 불확실성 리스크에서 잠시 벗어났다. 하지만 3500억달러 대미투자 가운데 2000억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입하기로 하면서, 이번 합의가 새로운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효과가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는 외화 유출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년 분할 투자에 ‘환율 하락’

3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정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31.7원) 보다 5.2원 내린 142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19.1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전날 밤에는 하락 폭이 더 컸다. 외환시장에선 협상 연기를 예상하던 가운데 ‘깜짝 타결’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1430원대에서 단숨에 1419원까지 떨어지며 10원 이상 급락을 연출했다.

관세 협상 세부 내용의 핵심은 △현금 투자 비중 2000억달러 △현금 투자 연간 상한액 200억달러 △조선업 협력펀드 1500억달러 조성 △투자 수익 5대5 배분이다. 막대한 대미 투자의 대가로 한국은 자동차와 차부품 등의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게 됐다.

이처럼 현금 투자 총액이 줄었고, 10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다는 부분이 외환시장 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시장 조달(채권 발행)을 늘리지 않고, 자체 조달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 외화 규모가 150억~200억달러였다.

정부에서도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했다.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4220억달러) 중 유가증권은 3784억달러다. 연 5% 이상 수익을 내면 200억달러를 자체 조달 가능하다. 실제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대표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최근 10년 연 환산 수익률은 5.4%고, 9월 말 기준 수익률은 11.7%, 운용수익은 266억달러다.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00억달러면 이자, 배당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어서 외환시장 수급에 악영향은 아닌 것 같다”며 “협상 타결로 인해 연말에 환율은 1300원 후반대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미투자 불가피·달러 수요 확대·당국 대응 ‘우려’

하지만 총 투자액이 3500억달러라는 것과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미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우리가 들여올 수 있는 운용수익이 줄고, 국내에서 진행됐을 수도 있는 투자 일부가 해외에서 이뤄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수출 대기업이 달러를 원화로 바꿀 유인이 줄어들고, 조선업체도 앞으로 받을 달러를 미리 정해진 환율에 팔아 환리스크를 줄이는 ‘선물환 매도’를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3500억달러가 나갈 것이란 불안감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투자 수익을 그대로 내보낸다고 해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해외채권을 발행한다고 해도 그만큼의 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 수급 전체적으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억달러는 외환보유액 원금을 안 건드리고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최대치로, 가용 외환을 대미 투자에 사실상 ‘영끌’하는 점은 외환당국의 대응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 불안한 대목이다.

이승헌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3500억달러라는 총액이 변하지 않은 것이 부담이고, 여전히 우리에게 큰 규모”라며 “외환보유고는 매년 자연 증가분으로 150억정도가 늘어나는데, 이게 쌓이지 않을 수 있어서 외환보유액 확충은 부담일 것이다. 미국과 시너지를 내거나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학개미’ 투자 유인책 찾아야

관세 불확실성 해소에 더해 환율 추가 하락을 위해선 해외주식으로 빠져나간 투자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환율 중 1400에서 1420원까지의 상승분이 대미투자 우려였다면, 1420~1440원 수준은 외국인의 코스피 투자를 상회하는 내국인 해외 투자 영향이었다”며 “결국 환율이 1400원을 하회하기 위해서는 수급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도 “달러화 수요 증가에 해외주식 투자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자본시장 활성화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대미 투자 협상으로 유출되는 자본과 투자 기회를 상쇄할 만큼의 대내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생산적 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면서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한 지금, 대내 정책에 대한 모멘텀 강화를 통해 자금의 생산적 활용과 이를 통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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