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가 지난 2021년 잡코리아 지분 전량을 9000억원에 H&Q로부터 인수했을 당시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비싸게 샀다’는 평가였다. 9000억원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7배 수준의 멀티플이 반영된 금액이다. 향후 잡코리아의 기업가치가 이보다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금액으로 이어진 셈이다.
|
당시 어피너티는 잡코리아의 탄탄한 실적 지표와 수년간 쌓아온 고객 데이터의 확장·활용성을 높게 보고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약 4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고, 자회사 알바몬은 비정규직 채용 플랫폼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 때문에 H&Q는 투자 8년 만에 8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엑시트를 거뒀다. 투자원금(약 1145억원) 대비 약 8.5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매각 차익만 해도 7855억원에 달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풀렸던 막대한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자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PEF가 인수한 기업들의 몸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잡코리아와 비슷한 시기에 PEF에 인수된 한샘, 투썸플레이스, 티맥스소프트 등은 모두 14배~22배에 달하는 EBITDA가 적용된 밸류에 매각됐다.
그러나 이후 경기침체로 인해 채용 시장이 둔화하면서 구인·구직 플랫폼의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잡코리아는 따로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분야 플랫폼 2강인 사람인의 실적을 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3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가 지난해부터 역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어피너티의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2018년 결성한 아시아퍼시픽 펀드 5호에는 잡코리아를 포함해 락앤락, SSG닷컴, 요기요 등이 포함돼 있다. 어피너티가 인수할 당시 1조원에 달했던 락앤락의 기업가치는 현재 3000억원대로 떨어졌다. 락앤락의 매출과 주가가 하락하면서 어피너티는 엑시트를 위해 자진 상폐를 추진하고 있다. 락앤락 투자자들은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어피너티에 대해 소액주주 연대를 통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어피너티가 지난 2021년 인수한 배달플랫폼 기업 요기요도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는 등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거듭된 실적 악화에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주 간 갈등으로 계속해서 대표가 바뀌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